신경차단술이 비수술 치료로 주목받는 이유

진료를 하다 보면 유독 열심히 질문하는 환자를 종종 보게 됩니다. 특히 정보 습득이 빠른 세대일수록 인터넷을 통해 질환이나 치료 방법 등을 찾아보고 내원하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필터링 되지 못하다 보니 잘못 알려진 의학 정보가 난무하기도 하고 질환 발생 요인이 복합적일 수 있는데 단편적인 하나의 요인만 부각되는 경우도 있어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정보가 일종의 ‘양날의 검’일 수 있는 것이지요. 

긍정적인 면에서는 생소했던 질환이나 비수술 치료 방법 등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인데 ‘의술의 발전’을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인식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처음 듣는 질환이나 치료법에 대한 막연하게 불안감을 갖거나 기피했지만 이제는 그런 분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저는 지난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경성형술(신경차단술)을 도입했습니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최신 비수술 치료법이었는데 저는 신경성형술(신경차단술)을 고안한 미국의 라츠 박사(Dr. Gabor B. Racz)와 함께 2007년 10월 공동으로 집도하며 시연회를 진행했습니다. 

비수술 치료 영역의 확대로 환자들이 조금이나마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언론 매체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인터넷을 통해 점차 확산돼 이제는 널리 시행되고 있습니다. 

신경성형술(신경차단술)이란? 

척추뼈 사이의 구멍을 통해 척추의 경막외강에 초소형 카테터(직경 1mm)를 삽입 후, 정확하게 통증의 원인이 되는 부위를 찾아 특수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을 말합니다. 1996년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았고 연간 150만 명의 환자가 성공적인 치료를 받는 비수술 치료 방법입니다.

시술 효과의 검증 과정 

2007년 이 시술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면서 시술 효과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저는 ‘목 통증으로 병원을 내원한 1,074명 중 320명 시술 환자’를 대상으로 1년간(2009년 2월~2010년 1월) 시술 후 시각통증척도(VAS, Visual Analogue Scale)를 조사했습니다. 

시술 전부터 시술 1일 후, 일주일 후, 1개월 후, 3개월 후, 6개월 후, 12개월 후로 주기를 나눠 시술 환자들의 통증과 저림 정도를 조사한 결과, 시술 1일 후부터 바로 통증이 감소하고 신경성형술 시술 환자 92.3%가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2010년 5월 29일 세연마취통증의학과 대한통증학회 발표) 

조사 결과 시술에 대해 환자들이 만족하는 이유로 

첫째, 수술이 아닌 시술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

둘째,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골다공증이 있거나 고령으로 인해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도 안전하게 시술받을 수 있다는 점

셋째, 전신 마취가 필요 없어 안심할 수 있다는 점

넷째, 실시간 X-ray 영상을 직접 보면서 시술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안전해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서 신경성형술(신경차단술)을 국내에 처음 집도한 의사로서 매우 뿌듯하고 보람이 컸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제는 많은 환자가 이 시술을 통해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나고 있어 더없이 기쁘게 생각합니다. 

어떤 질환에서 시행 가능할까?  

신경성형술(신경차단술)은 경추와 척추 질환의 통증을 경감하는 비수술 치료 방법으로 여러 통증 질환에 활용됩니다.  

<경추(목뼈) 질환>

목디스크나 목디스크 수술 후 통증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디스크 질환의 경우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사실상 10% 이하로 많지 않기 때문에 90% 정도는 통증 정도에 따라 단계적인 비수술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경추후종인대골화증(척추 뒤쪽 부위에서 목뼈를 받쳐주는 후종인대가 비정상적으로 두껍고 단단해져 마치 뼈처럼 변하는 현상)이나 급성/만성 목 통증, 혹은 퇴행성 질환 등에서도 신경성형술(신경차단술)로 통증을 경감할 수 있습니다.  

<척추 질환>

허리디스크나 척추 수술 후 통증증후군일 때, 혹은 50대 이후 노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이나 척추 퇴행성 질환, 교통사고로 인한 신경손상 후의 통증, 척추 압박 골절 등으로 인한 통증 발생 시 신경성형술(신경차단술)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신경성형술(신경차단술)의 대표적인 장점을 꼽자면

수술처럼 전신 마취가 아니라 간단한 국소 마취로 시술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시술 시간도 30분 이내이고 회복 기간이 짧아(1~2일 정도 입원) 시술 후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릅니다. 

또한 가느다란 카테터를 사용해 시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술처럼 흉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2007년 신경성형술(신경차단술)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장본인으로서
환자들에게 올바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전념하는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시금 되새기며 
앞으로도 환자들의 통증 치료에 더욱 앞장설 것을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