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이맘때가 되면 늘 부모님 건강 걱정이 앞서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지게 마련인데요. 더군다나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족이 모두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니 분가해서 사는 자식들은 이래저래 부모님 걱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 건강을 떠올리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거동’ 문제일 텐데요. ‘들다‧일으킬 거(擧), 움직일 동(動)’ 한자 뜻 그대로 몸의 움직임이 힘들어지는 상황 때문입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거동 문제 중에서 가장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것이
바로 ‘허리 건강’과 ‘걸음걸이’입니다.
평소 부모님이 허리가 불편하다거나 지속적으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사실 부모님은 아파도 표현을 잘 안 하시기 때문에 허리춤에 자주 손을 대거나 불편한 기색이 보이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혹은 걸을 때 어딘지 모르게 전과 다르다면 노인성 허리협착증(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허리협착증은 허리 통증도 유발하지만, 주로 엉덩이 통증(골반통)과 다리 저림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앉았다 일어날 때, 혹은 허리를 뒤로 펼 때 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혹시 이런 증상을 보이진 않을지, 한 번쯤 부모님의 허리/척추 건강을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허리협착증은 척추관(신경근이 나오는 길)이 퇴행이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좁아지고 그 주변의 신경근이 눌리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단순한 허리 통증과 달리 뭔가 예리한 것이 찌르는 듯한 통증, 쥐어짜는 듯한 통증, 마치 타는 듯한 강한 통증처럼 강도 높게 나타납니다.
특히 허리협착증은 걸을 때 통증이 매우 심한 것이 특징인데요. 하지만 걷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어른들은 ‘나이 들면 다 그러려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방치하다 보면 증세가 점점 더 심해질 수 있는데요, 나중에는 다리 감각이 저하되고 다리 전체가 찌릿찌릿한 저림, 혹은 다리가 시린 증상이 나타나는 등 통증 강도가 세집니다.
또한, 통증이 나타나는 주기도 점점 단축되어 자칫 ‘거동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환자에 따라서는 배변 장애를 호소하거나 하반신 마비 증상을 보이기도 하므로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환명을 말씀드리면 대부분 어르신들은 “수술이 싫다”거나 ‘수술이 무섭다”고 말합니다. 질환에 대한 상세 설명을 듣지도 않으신 채 무조건 허리협착증수술을 안 받으시겠다며 치료를 거부하시는 것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허리협착증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 내외에 불가하며 90%는 비수술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합니다.
허리협착증 비수술 치료 방법은 증세가 심하지 않을 경우 통증유발점 주사치료, 경막외블록, 면관절치료, 근육이완치료, 말초신경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신경성형술과 고주파수핵감압술(프라즈마)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허리협착증 환자에게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과 ‘신경공확장술’을 함께 시행할 경우 통증 경감(통증 지수 감소) 효과를 보였는데요. 이는 실제 시술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개원의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세계통증학회(WIP)가 인증한 '중재적 통증치료 인정의 시험(FIPP)'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을 포함한 허리/척추질환 비수술적 치료 방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2010년 12월 꼬리뼈내시경 개발자인 '로스테인 박사’와 함께 시연회) 했습니다.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수술이 아닌 시술적 치료 방법입니다. X-ray, MRI 상으로도 발견할 수 없는 허리 통증의 원인까지 내시경을 삽입하여 찾아내고 유착 부위 등을 확인해 레이저로 치료하는 시술로 수술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최신 치료 방법(1996년 미국 FDA 승인)입니다.
제가 시술했던 꼬리뼈 내시경술 환자 47명 중 신경 주위 유착이 있는 환자군 34명에게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을 시행했는데, 8주 후 29명(85.3%)이 통증 감소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또한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과 좁아진 신경통로의 공간을 넓혀주는
신경공확장술(추간공확장술)을 동시에 진행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세월엔 장사 없다’는 말처럼 부모님의 건강도 한 해 한 해 눈에 띄게 약해지실 수 있지만, 어떻게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노년의 라이프가 극과 극일 수 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부모님 건강이 신경 쓰인다면 거동에 불편이 없으신지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도 최고의 효도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