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 어릴 때부터 땀이 많았다는 한 환자가 ‘겨땀 때문에 고민’이라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당시 예비 대학생이었는데 겨땀 때문에 솔로로 대학생활을 보낼까 봐 걱정되어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흔히 줄임말로 부르는 겨땀은 ‘겨드랑이 땀’을 뜻하는데, 이 환자는 겨드랑이다한증으로 학창시절 내내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성에게 겨땀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비단 이 분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그나마 남중, 남고를 다녀서 다행이었어요. 남녀공학이었으면… 어휴… 끔찍했을 거에요. 이제 겨드랑이다한증 치료 받고 당당하게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싶어요.”
오늘은 이 환자의 사례처럼 더 많은 분이 다한증을 극복하고 새로운 일상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다한증 치료 방법을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다한증의 한자어는 많을 다(多) 땀 한(汗) 증세 증(症)으로 병적으로 과도하게 땀을 흘리는 질환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무더울 때, 운동 등으로 신체 온도가 올라가면서 땀이 나지만 다한증 환자들은 한 겨울 추운 날씨에도 과도하게 땀이 납니다.
다한증이 발생하는 요인은 교감신경계의 기능에 이상이 생길 경우, 장기와 근육 기능이 떨어지거나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경우, 기저질환(갑성산 기능 항진증, 당뇨병, 결핵 등)이 있는 경우, 다한증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이 원인이 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로 땀샘이 밀집되어 있는 부위에서 과도한 땀이 나는데 얼굴에 과도하게 땀이 나는 안면다한증, 손과 발에 집중적으로 땀이 나는 손 다한증과 발 다한증, 그리고 겨드랑이 다한증이 있습니다.
특히 겨드랑이 다한증 환자 중에는 세균 감염 혹은 곰팡이균에 감염되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액취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땀도 과하게 나면서 여기에 참기 힘든 악취가 있는 경우, 일상생활이 정말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다한증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곤 합니다. 대체 얼마나 땀이 많이 나는지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 보면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되는데 병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다한증 환자가 하루에 흘리는 땀의 양은 적게는 2ℓ에서 많게는 4~5ℓ 정도입니다.
참고로 일반적인 성인이 흘리는 땀의 양은 하루에 600~800㎖ 정도입니다.
생수병 1ℓ를 세수대야에 부어보세요. 그 양의 2배에서 5배 정도 땀을 흘린다고 생각하면 다한증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한증은 여러 가지 비수술 치료 방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먼저, 외용 연고(바르는 연고)가 있는데 국소 다한증 치료에 사용됩니다. 다만 일시적인 효과만 기대할 수 있고 환자의 피부 상태에 따라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복용 약이 있는데 보통 전신 다한증에 많이 처방하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환자에 따라 입이 바짝바짝 마르거나 눈이 뻑뻑하고 건조하며 변비 등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환자가 특정 질환을 앓고 있으며 관련 복용 약을 먹고있다면(예: 전립선비대증, 녹내장 등) 다한증 복용 약 성분과 '극과 극'일 수 있어 주의해합니다.
다한증 보톡스 주사 치료도 있습니다. 특히 겨드랑이 다한증에 많이 시행하는 비수술 치료 방법으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만 보톡스 치료 특성상 일정 주기로 반복해서 시술(약 6개월 마다)을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치료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치료 방법으로 고주파열응고술 (Radiofrequency ablation)입니다. 암 치료에 널리 시행하고 있는 고주파열응고술로 다한증을 치료할 수 있는데, 앞에서 언급한 예비 대학생 환자도 이 치료를 받은 뒤 다한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고주파 열 에너지로 땀에 관여하는 신경 조직을 ‘응고’ 시키는 것으로, 고주파 열 에너지가 보내는 전극을 통해 다한증에 관여하는 신경의 위치를 파악해 운동신경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과도한 땀 분비에 관여하는 교감신경만 선택적으로 ‘응고’ 시켜 다한증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고주파열응고술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시술시간이 비교적 짧고(30분 내외)
반복해서 시술을 받을 필요가 없이 1회만으로도 다한증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한증 보톡스 치료가 6개월마다 반복 시술이 필요한 반면
고주파열응고술은 10년 내외로 반영구적인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기존의 다른 신경파괴술과 다르게 주변 조직이나 신경의 손상이 거의 없고, 의사가 직접 신경 응고 정도를 조절(신경 조직 응고 전에 신경 자극을 주어 신경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시술할 수 있음) 할 수 있는 안전한 치료 방법입니다.
이 외에도 다한증 치료 방법 중에 제가 시행하고 있는 클립교감신경차단술(교감신경차단술) 등이 있습니다. 다한증 발생 요인과 환자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장 최적이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제가 해야 일이겠지요.
다한증으로 힘들어하는 분이 의외로 많지만, 이를 질병으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그저 ‘땀이 많은 체질’로 치부하고 치료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땀이 난다면, 혹은 긴장했을 때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면, 특히 겨드랑이 부위가 늘 흥건하게 젖어 있다면
겨드랑이다한증 검사를 꼭 받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