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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춘 Nov 15. 2019

산행, 달리기로 얻은 영광의 상처,
족저근막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서 24년을 지내오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통상적으로 4~5월 봄철과 10~11월 가을철에 족저근막염으로 저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무척이나 많았다는 점입니다. 

 


 



올해도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가을철 마라톤대회가 집중적으로 열렸고, 전국 명산을 중심으로 단풍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라 족저근막염 환자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저를 찾아온 환자도 단풍 산행을 다녀온 뒤 족저근막염 증상이 심해진 경우였지요. 


족저근막염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유독 이 시기에 늘어나는 것을 보면 산행이나 달리기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족저근막(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앞쪽까지 쭉 연결된 두꺼운 섬유 띠)은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걸을 때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해 발을 들어 올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무리하게 걷기, 달리기, 산행 등 족저근막이 반복적이고 집중적인 자극을 받아 미세하게 손상되면, 발뒤꿈치 쪽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족부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족저근막염’입니다. 





발바닥에 장기적인 충격 혹은 비정상적인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상황에서 족저근막염이 생길 수 있고, 하이힐이나 굽이 높고 발 볼이 좁으며 발등이 뾰족한 신발 혹은 신발 밑창이 딱딱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신발을 즐겨 신는 분에서도 많이 발생합니다. 





또, 급작스러운 체중 증가로 족부에 무게 중심이 집중되면서 족저근막염이 생기도 하고, 평발(구조적으로 발바닥의 아치가 정상보다 낮은 경우)이나 요족(구조적으로 발바닥의 아치가 정상보다 높은 경우)인 분도 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진료를 받았던 족저근막염 환자 중에는 당뇨병이나 관절염을 동반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무릎 관절염과 족저근막염은 모두 보행 장애를 일으키고,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 족부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족저근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은데요. 


-아침에 일어나서 첫발을 내딛자마자 발바닥에 강한 통증이 있는 경우

(※ 첫걸음에 통증이 심하다가 다시 몇 걸음 걷고 나면 통증이 줄어들기도 함)

-만성적인 발뒤꿈치 통증으로 인해 보폭이 짧아진 경우 

-발뒤꿈치 안쪽 부분이 유독 욱신거리고 아픈 경우

-장시간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걸을 때 발뒤꿈치 안쪽 통증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

-평소 발뒤꿈치와 발바닥이 자주 저리거나 뻣뻣하다고 느끼는 경우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구부릴 때 통증이 더 심한 경우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해보고 볼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1년 넘게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다가 뒤늦게 저를 찾아온 환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렇게 통증이 심한데 왜 그렇게 오랫동안 참으셨어요? 고통이 심하셨을 텐데…”

“아니, 주변 사람들이 족저근막염은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자연적으로 낫는다고 해서…”


물론 이 환자의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족저근막염은 스스로 증상이 나아지는 ‘자한성(self-limiting)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문제는 족저근막염이 스스로 낫기까지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18개월까지 장기화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모든 족저근막염 환자가 일정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어쨌든 그 긴 시간 동안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뿐더러,
족저근막염을 방치하면 보행에 영향을 끼쳐 무릎 관절과 고관절,
허리, 척추 등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단순히 발뒤꿈치가 아픈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갖가지 병을 한꺼번에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초기 증상일 때 치료받을 것을 권합니다. 





어떤 질환이든 묵혀두면 큰 병이 됩니다. 부디 통증을 외면하지 말고 제때 치료받으셔서 건강한 한 걸음 한 걸음 즐거운 인생을 영위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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