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종인대골화증 진단을 받았어요”
"선생님, 후종인대골화증이 뭐에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데..."
얼마 전 저에게 진료받은 뒤 후종인대골화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어떤 '병'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저도 그 환자분께 되물었습니다.
"그럼... 목디스크는 어떤 질환인지 잘 아세요?"
"네. 잘 알죠."
"후종인대골화증 증상이 목디스크와 유사합니다."
"아, 그래서 제가 계속 목 부위 통증이 있었던 거군요."
24년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지내오면서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질환을 설명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오던 터라, 오늘은 더 많은 분이 알 수 있도록 후종인대골화증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후종인대골화증이란?
후종인대(척추체의 뒤쪽과 척추관의 앞쪽에서 움직임을 지지하는 인대)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단단하게 굳어져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후종인대골화증이 목디스크 증상과 비슷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래서 두 질환을 혼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후종인대골화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유전적인 요인 외에 외상이나 강직성 척추염, 면역질환, 비만, 당뇨병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종적으로는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서,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특히 40세 이후)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목디스크 증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후종인대골화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목덜미가 묵직하고 압박감이 있으며, 목 부위 통증이 있다
- 손 저림, 혹은 팔 저림 증상이 있다
- 손, 팔의 감각이 떨어지고 통증이 있다
여기까지 보면 목디스크와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특징적으로 다리 쪽 통증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다리 근력 저하 및 감각이 떨어진다
- 배뇨 및 배변 장애가 나타난다
- (심한 경우) 팔, 다리 마비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후종인대골화증 초기에는 목 부위 통증과 압박감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목디스크 증상과 혼동하곤 하는데, 나중에 후종인대가 점차 단단해지고 커지면서 신경을 압박하게 됩니다.
단단하게 굳어진 후종인대가 그 주변의 인대를 변화시키게 되는데요.
그래서 보통 제2 경추부터 제5 경추에 걸쳐 다발성으로 신경장애(척추신경근증 혹은 척수증)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후종인대골화증 초기 증상을 지나면 점점 다리 근력이 떨어지고 감각에 이상이 생겨, 환자에 따라 보행 장애나 배뇨/배변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무증상’인 경우도 종종 있어서, 검사 후 우연히 발견된 경우도 있습니다.
후종인대골화증 진단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x-ray 촬영(방사선 검사)입니다. 후종인대골화증은 ‘골변성’ 질환이므로 x-ray 검사로 발견할 수도 있지만, 정밀 진단을 위해 필요에 따라 CT 촬영이나 MRI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CT 촬영을 통해 ‘골화된 종괴의 모양이나 크기, 척추관 협착의 압박 정도’를 확인할 수 있고, MRI 검사로 ‘척수의 신경변성 혹은 척수의 압박 정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 환자의 증상에 따라 근전도나 방광기능 검사 등을 시행해 신경 손상 정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후종인대골화증 초기 증상은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 방법으로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후종인대가 단단하게 굳어져 척수 신경 압박이 심하고 척수병증으로 나타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따라서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잊지 마시고, 만일 후종인대골화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신속히 치료받으시길 당부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