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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춘 Apr 03. 2020

단순 근육통? 통증유발점 치료로 근막통증증후군 벗어나자

몇 년 전 환자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최봉춘 : “환자분의 증상은 근막 부위의 통증 때문에 뒷목부터 어깨, 등까지 계속해서 쑤시고 아픈 겁니다.”


환자 : “선생님, 근데 근막이 뭐죠?”





최봉춘 : “근육을 보호하기 위해 피하지방 아래 얇은 막이 감싸고 있는데, 그것을 근막이라고 합니다. 근육과 근막이 뭉치고 수축하는 걸 반복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지요. 흔히 근막통증증후군이라고 말하는데, 단순 근육통과는 증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환자 : “그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그냥 다 쑤시고 아픈데…”





최봉춘 : “증상으로 비교하면 근막통증증후군은 근육과 근막이 뭉치고 경직된 느낌이 듭니다. 일상에서 흔히 ‘뭉쳤다’ 혹은 ‘담이 왔다’라고 표현하는데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 : “그러면 운동을 좀 심하게 한 뒤 ‘알이 배기는 거’와 다른 건가요?”


최봉춘 : “그런 걸 일반적인 근육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근막통증증후군은 그것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강직과 수축이 반복됩니다. 또, 근육의 압통이 심하고 압박할 때 발한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를 중심으로 매우 뻐근하면서 몸이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수시로 듭니다.”





환자 : “그러면 일반 근육통 약보다 좀 더 약을 세게 먹어야 하나요?”


환자를 진료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의응답을 이어가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단순히 근막통증증후군에 대한 증상만 나열하며 설명했기 때문에, 당연히 환자 입장에서는 ‘더 강한 통증이니 더 센 약을 먹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제야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봉춘 : “근육 내에는 ‘통증유발점’이라는 매우 작고 예민한 지점이 있습니다. 통증유발점은 보통 근육 조직과 근막 위에 분포합니다. 근막이 외상을 입거나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과하게 근육을 사용해 과부하 상태가 되면 비활성화되어 있던 잠재적인 근육 내 통증유발점이 자극을 받아 활성화됩니다. 그래서 통증유발점을 중심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환자 : “그러면 활성화된 통증유발점을 다시 잠잠하게 만들어야겠네요?” 


최봉춘 : “네, 바로 그런 원리가 통증유발점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길게 환자와의 대화를 언급한 이유는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그에 맞는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이 흔히 ‘통증 주사’라고 알고 있는 통증유발점 주사(TPI, Trigger Point Injection)는 통증을 유발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서 주사 바늘로 파괴(통증 유발 물질 제거)하는 비수술 치료 방법입니다. 





근육과 근막의 수축과 경직이 반복되면서 그 부위에 섬유화가 일어나는데, 이러한 섬유화 과정을 주사 바늘로 뚝 끊어준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통증유발점을 정확히 찾아내어 근막에 약물을 주입하면 잔뜩 긴장된 근육과 근막이 풀어지면서 통증이 점점 감소하는 원리입니다.  


이처럼 근막통증증후군은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통증유발점이 활성화되면서 강한 통증을 유발하고, 자칫 만성적인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증의 원인을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작고 예민한 통증유발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숙련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라면 임상적인 진찰을 통해 만졌을 때 통증을 유발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습니다. 


눌렀을 때 통증을 느끼는 미세한 압통점을 찾는 것인데, 마치 근육 속 쌀 알갱이처럼 통증유발점이 느껴집니다. 

 




이처럼 통증을 유발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어 통증유발점 주사로 치료하는 것이지요. 단순히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만으로는 일시적인 통증 완화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근막통증증후군의 경우 통증유발점 치료를 주로 시행하는 것입니다. 


간혹 환자중에는 약국에서 구입한 진통제와 파스, 외용 연고 등을 바르는 것으로 통증 완화를 기대하는 분이 있는데, 나중에는 활성화된 통증유발점 부위가 점점 더 넓게 퍼져 우리 몸 곳곳에 고질적인 만성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모든 통증이 다 그렇지만 ‘초기에 잡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인 만큼, 근막통증증후군이 의심된다면 먼저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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