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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일상: 우분트 선생님!!!

나이가 드니 환경에 적응하는 신체적, 정신적 속도가 신체적으로 젊은 청년들보다 시간이 꽤 걸리는 듯 싶다.  8년 만에 학교로 돌아와 교육현장에 적응한다고 글쓰기를 소홀히 했다.  

   교사였을 때는 학생들만 눈에 들어왔는데  다른 입장에서 학교에 돌아오니 이제 나의 눈에는 선생님들만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이 환경과 위치에 따라 보는 시각과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에 더욱 주의 깊게 보고 싶다.

   조회시간에 방송으로 학생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장애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지 임팩트 있게 나를 소개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다. 


   교육지원청에서 장애학생 행사 때 오는 시장, 도의원, 시의원들이 장애학생들 앞에서 인사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 장애학생들이 못 알아들을 이야기를 하시고 있네’ 속으로 웃음을 지은 적이 있었는데 나 또한  장애학생들에게 소개 인사말을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되었다. 다시 한번 깨닫는다. ' 내가 경험하지 않고서는 함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각자의 사정이 있다. '는 것을 말이다. 

    모든 학생들의 수준이 모두 다르지만 학생들이 한 단어라도 알고, 그 단어의 의미를 하나라도  알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된다고, 욕심내지 말자고 하면서 인사말을 준비했다. 


내가 준비한 소개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여러분들 혹시 우분트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계시는지요? 우분트는 아프리카 반투족(여기에 초원에 사자, 원숭이, 얼룩말 등이 많은 지역 소개) 의 말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입니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공부한 어느 선생님(인류학자임)이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 놓고서 게임 하나를 제안했습니다. 나무 옆에 다가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문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가 가득 찬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족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려가서 과일을 메어 물고서 키득거리며 재미나게 나누어 먹었어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누구든지 1등으로 간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다 주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느냐?”라고 물었어요.  아이들의 입에서 ‘우분투’라는 단어가 합창하듯이 쏟아졌습니다.
   선생님이 처음에 우분트가 뭐라고 그랬죠? “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라고 했죠. 여러분이 있기에 선생님이 있고, 선생님이 있기에 여러분들이 있고,  엄마 아빠가 있기에 여러분들이 있고, 여러분, 각자가 있기에 엄마 아빠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친구들이 있기에 여러분들이 있고, 여러분들이 있기에 친구들이 있는 거예요.  그러니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서로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하기 시기를 바래요.  선생님 만나면 낯설어하지 마시고  선생님, 00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고 인사해 주세요.  학생들을 지도한 지가 8년이 넘어서 현장감이 떨어진 인사말인 것 같았지만 아이들에게 ‘함께 하는 것’‘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 헤벨 의 조회 시간 인삿말 -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이었다. 고등부 학생 한 명이 멀리서 씩 웃으며 인사하면서 “ 우분트 선생님” 이라고 말한다.   앗! 나의 직책을 함께하는 00선생님이라고 부를줄 알았는데 획기적이다. 

“ 우분트 선생님” 이라니. 전혀 생각해본적 없는 나의 호칭이었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은 예상밖의 생각을 한다.  학생이 불러주는 “ 우분트 선생님” 이라는  한마디에 오늘 하루종일 화장실 갈 시간없이 일하면서 느낀 감정들이 눈 녹듯이 달콤하게 없어졌다. 

내가 학교에 오긴 왔구나 !!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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