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헤벨의 단상: 우리는 누군가 남겨준 추억을 먹고 산다.

    남편의 40년 지기 친구 00 씨가 지난주 금요일 소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돌아가신 남편의 친구는 나의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몇 년 전만 해도 돌아가신 선배는 남편을 포함해서 몇몇 친구들과 베트남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여행을 다닐만한 건강을 가지고 계셔 보였다. 

   남편이 돌아가신 친구를 회상한다.  30년 전이었을 것이다.  대학교 4학년에 대부분의 친구들은 취업준비로 바쁠 때  00 씨는 공무원시험에 딱 하니 합격해서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고 했다. 

   남편의 끼리끼리 친구모임 중에서  00 씨는 대학교 졸업하기도 전에 직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그때 흔하지 않았던 르망 자동차를 구입해서 친구들이 공부하고 있는  도서관으로 차를 몰고 왔다고 한다.

 

    00 씨는 끼리끼리 모임 친구들의 공부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자  몇 달 모은 공무원  봉급을 털어  중고 르망자동차를 구입했고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놀러 가자고 뜬끔없이 도서관을 찾아왔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날에 끼리끼리 친구들은 공부도 하기 싫고 해서 중고 르망자동차를 타고  경포대로 향했다. 

   여름 장마철이 시작될 무렵이었나 보다. 

  경포대 가는 길에 장맛비가 억세게 내렸고 중고 자동차는 몇 달 공무원 월급으로 살 정도의 중고 가격의 값어치를 하였는지 자동차 윗판으로 비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1시간도 채 안되어서 자동차는 비로 축축해지고 자동차 밑창도 비로 가득 차게 되었다고 했다. 

   운전하시는 00 씨가 해수욕을 위해 준비해 온 바가지로 친구들은 물을 퍼내고 온몸이 비로 축축해진 4명의 건장한 청년들은 젖은 옷 대신에 알몸이 되는 게 낫다면서 모두 옷을 벗었다고 했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몸에 중요부위만 수건으로 가리고 ‘ 여행을 떠나요’ 노래를 부르면서 경포대로 향했다고 한다.  서로들끼리 씨발, 씨발 욕하면서 서로의 벗은 모습을 보고 웃기도 하면서 여행했던 경포대 여행기를 회상했다. 

   끼리끼리 모임의 친구들은 중고 르망자동차를 구입해 취업 못한 친구들을 위로하자고 한  속 깊은 00 씨의 마음을 알기에 비가 새고 축축한 자동차 안에서도 따뜻한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홀딱 벗은 4명의 청년들이 비가 새고 있는 차 안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모습, 서로들 간에 욕하면서도 따뜻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놈들과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남편의 스토리 있는 경포대 여행기의 말끝에 ‘그 새끼 참 좋은 놈이었는데’라고 말을 흘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누군가 남겨준  추억을 먹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함께한 이들과 떠나간 이들이 남겨준 추억을 말이다. 

   사전투표를 한 우리 부부는 선거일에 우리들 인생에서 따스한 추억을 남겨준 이들을 만나러 추모관에 가지고 했다. 

작가의 이전글 헤벨의 단상: '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를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