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상에 빠져사는 것, 그게 사람이 마땅히 할 일이라면 내가 문학을 하는 이유는 역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 나는 가장 잘 산다. 힘들고 어렵고 지칠수록 마음은 점점 더 행복해진다. 새로운 소설을 시작할 때마다 이번에는 과연 내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김연수 저) -
김연수 작가는 문학을 하는 이유가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나는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답은 ' 잘 모르겠다'이다.
집과 직장까지 거리가 상당해서 6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하면 근무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직장에 도착한다.
1시간 일찍 오다 보니 자연히 직장의 책상 컴퓨터를 켜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지도 못하고 직장이라는 그림자 원형에 매몰되어 나 자신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세상 사람들의 이목, 안정적인 직장, 이 정도 되어야 하는 레벨의 직장을 쫓아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을 무엇인가?
나는 현재의 직장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가?
현재의 직장에서 사람 관계로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 불만만 늘어놓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하는 일이 ‘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타인’을 도와주는 일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장에서 찾기는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글을 이렇게 쓰고, 나의 글을 읽는 단 한 사람이라도 공감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되는 것이다.
출근하자마자 글쓰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글을 쓰면 겨울 버스,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의 입김이 어린 뿌연 유리창 위로 미끄러지는 한줄기 물방울 흔적처럼 나의 불평, 힘듦, 고난 은 영영 빠져나갈 것이다.
사무실에 동료들이 한, 둘씩 출근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 하루도 재미있는 전쟁 같은 일터에서 즐거움의 함성, 피곤함의 한숨, 힘들다는 들리지 않는 탄식들이 내 안에서 나오겠지만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