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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일상: 뜻밖의 선물

   교육지원청에서 학교로 돌아오고 나서 나의 직책과 업무는 행정관리자가 되었다. 학생들은 항상 옆에 있지만  실제적으로 가르치지는 못한다. 아침맞이와 학생들 하교할 때 환하게 웃는 학생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중간관리자가 된 나는 때때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욕구가 차오를 때가 있다. 웃으게 소리로 학생들을 1주일에 1시간 만이라도 가르치고 싶다고 하니 친구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이런 말을 한다. 


“ 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이 있는 거다. 욕심내지 말아라. 그리고 학생들 가르치는 것이 쉬운 줄 아냐!” 하면서 타박한다. 그러면 나도 받아친다.  “ 학교 관리자가 얼마나 힘들면 학생들 가르치고 싶다고 하겠냐”라고 속마음을  내비쳐 보인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수업한 결과물들을 가져다주신다. 

고마운 일이다. 간접적이라도 내가 직접 수업을 하지 않았지만 선생님들이 가지고 오는 수업 결과물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오늘 선생님들의 도움을 대폭 받아 학생들이 만들어온 소금 빵이다. 

                                                   학생들이 만들어온 소금 빵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빵 한 개를 만들기 위해 하는 활동,  반죽하고 발효하고 오븐에 굽기까지의 과정에는 소근육 활동을 더욱 미세하게 움직여야 하며, 초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며, 발효되는 과정도 세심히 지켜보아야 하는  인내력도 필요하다.  고학년 과정의 학생들이 만들어온 소금 빵 맛이  시중에서 파는 소금 빵보다 버터가 듬뿍 담겼다.  구수하고 맛있다. 


   학생들에게 받은 뜻밖의 선물로 아침부터 고단했던 몸과 마음의 피로가 가신다.  나는 천상 교사인가 보다. 인생 이모작의 정년 이후에는 교직과 다른 일을 걸을 거라고 다짐하건만 학생들이 없는 삶은 쉽게 상상이 안된다. 

        꽃이 피어서 봄이 온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서 내 인생의 봄이 오고 있다. 오늘 나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사람은 ‘나의 학생들’이다. 

   부족하나마 나의 현재의 자리에서 내가 하는 일이 장애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무소의 뿔처럼 가고자 한다.  언젠가는 나라는 미약한 인간도 장애학생들의 인생에 날개와 뿌리를 주는 작은 씨앗을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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