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평! 그 무서운 것에 대하여

나의 머리스타일은 20년 전부터 쇼트커트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긴 생머리였다. 찰랑찰랑한 머리를 흔들면서 걷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결혼을 결심한 후 남편이 쇼트커트가 나에게 어울릴 것 같다는 말 한마디에 긴 생머리를 쇼트커트로 잘라버렸다. (남편말 믿고 긴 생머리를 자른 그 시절 나의 성은 미, 이름은 친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쇼트커트로 머리스타일을 바꾼 후, 귀밑으로 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하는 일이 잘 안 되고 갑갑하다는 생각에 머리는 해마다 짧아졌다.


월요일 아침이다. 오전에 제발 상사동료와 마주치지 않기를 바랬건만 직장에 출근하자마자 탕비실에서

상사동료와 마주쳤다. 상사동료가 내 머리스타일을 보자마자 “머리를 시원하게 깎으셨네. 너무 짧은 것 아니야? 나도 예전에는 짧은 쇼트커트였는데 너무 차가워보인 다고 윗분이 뭐라 해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어. 000님도 머리를 조금 길러보셔요!”라고 했다. 나의 대답은 명료했다. “ 저의 남편이 저는 쇼트커트가 가장 잘 어울리고요 제일 이쁘데요. ”

상사동료의 나의 머리스타일에 대한 얼평에 잠깐 짜증이 나긴 했지만 그분이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직장인의 스타일이 있으니 존중해주고 싶었다. 거울을 보면 나의 머리스타일이 가관이긴 하다. 머리도 짧은데 교육계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은 노란색 컬러이다. 누군가는 파격적이다. 누군가는 무슨 마음의 상처를 입었나? 누군가는 신상에 무슨 일 있나요? 질문하지만 그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묵묵히 “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조금 변화를 주고 싶어서요.”라고 답한다.


며칠 전에 딸아이랑 TV를 보고 있었다. 코미디언들이 나와서 먹방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TV에 출연한 코미디언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 저 코미디언 얼굴이 참 특색 있게 생겼다. 웃기게 생겼네. 솔직히 못생겼다.” 했다. 딸아이가 갑자기 눈을 흘겨보고 나에게 화를 내었다.

“ 엄마는 왜 함부로 사람들 얼평하고 그래.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면 안 되는 거잖아. 솔직히 엄마도 이쁜 얼굴은 아니거든! " 하는 거였다. 순간 멍해졌다. ' 내가 이쁘지는 않아도 매력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라고 반박하고 싶었으나 딸아이 말이 옳았다. '사람을 외모로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


워런버핏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사람들이 당신을 추켜세우든, 험담을 하든 그것이 당신 삶에 미치는 실제적인 효과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적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그런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워져라”.

워런버핏처럼 돈으로 자존감을 키운 사람들이면 다른 사람들의 눈과 시선으로부터 쉽게 자유로워질 수도 있으리라.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는 다른 사람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보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만큼 자존감이 높지 않다.


타자들이 나에 대해 얼평 및 몸평 할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 타인 혹은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김다슬 작가의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책에서 찾았다.

" 상처를 주고 다닌 사람은 나중에 더 큰 상처로 돌려 받는다. 상처를 주는 언행은 부메랑 같아서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되돌아온다. 그 형태는 간접적인 형태의 뒷말이 될 수도 있고, 주변의 안 좋은 소문이 될 수도 있고, 인터넷이나 SNS의 악성루머가 될 수도 있고, 직접적인 형태의 보복이 될 수도 있다.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은 원한을 품고 복수하려고 이를 가는 경우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상대가 너무 착한 나머지 원한을 품지 않더라도 상처를 쉽게 주고 다닌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그것이 직장상사이든, 군대 선임이든, 사업이나 일과 관련된 파트너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말이다. 본인보다 더한 상대를 만나서 같은 상처를 받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준 상처는 언젠가는 부메랑으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에 공감한다. 나를 전혀 모르는 TV프로의 코미디언의 얼평 후, 딸로부터 무차별 언어폭력을 받은 나처럼 말이다. 엄마 얼굴도 이쁜 얼굴은 아니라는 딸아이의 말에 내가 알게 모르게 상처 준 분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 사과해 본다. '죄송했습니다. 제가 알게 모르게 상처드렸다면 부디 용서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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