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벨의 추억: 고소한 향기가 나를 몸서리치게 만든다.


나의 유년 시절, 추운 겨울방학이면 특히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날이 있었다. 그럴 때면 엄마는 언제나 소금에 들기름을 섞어 솔로 향기롭고 고소한 들기름을 김위에 바르셨다.

집안 가득 고소한 들기름 냄새로 가득 피어올랐다.

들기름 바른 김을 엄마는 석쇠에 구우신다. 달궈진 석쇠는 김은 어쩔 줄 모르고 수줍어하듯이 몸을 쪼그라트린다.


석쇠에 구워진 검은색의 김은 바다 냄새를 품은 색으로 변한다.

잘 구워진 김을 엄마는 정성스럽게 가위로 팔등분을 해서 플라스틱 통에 담으신다.

“ 헤벨아, 이제 그만 일어나서 아침 먹어라, 너 좋아하는 김 구워놓았다. ” 하신다.


하얗게 쌓인 처마 밑의 눈을 보면서 빼꼼이 머리만 이불 밖으로 내놓으면 온 집안에 퍼진 고소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나의 몸을 이불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온 집안이 구수하고 정겨운 냄새로 가득하다. 엄마의 사랑의 냄새, 정겨운 냄새, 고소한 냄새들이

나의 코를 자극한다. 나는 내복만 입은 채로 밥상으로 달려간다.

모락모락 김이 오른 하얀 쌀밥에 엄마가 구워주신 갓 구운 김을 얹어 싸먹는다.

천상의 맛이 이런 맛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그윽하고 깊은 사랑의 맛이 나의 몸을 감싸곤 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일상의 행복을 딸아이에게 전해보고 싶어졌다.

며칠 전에 석쇠를 구입하였다. 요즈음은 에어프라이에 김도 굽는다고 하지만 나는 예전의 어머니가 하셨던 방법을 재현해 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방식대로 들기름과 소금을 섞은 기름을 솔로 한 장 한 장 바른다. 석쇠 위에 얹은 김은 몇 초 만에 뒤집어야 한다. 김 굽는 장인이 되어야 한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 석쇠 뒤집는 것을 놓치면 김이 가운데가 타버린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진리를 김 굽는 행위에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

석쇠에 잘 구워진 김을 나도 엄마처럼 팔등분으로 잘라서 플라스틱 통에 넣어놓는다.

겨울방학을 맞아 정오가 훨씬 지나서 일어나는 딸아이에게 공장에서 만든 김이 아닌 엄마가 손수 구운 김을 맛보라고 내밀어본다. 무심하게 먹는 딸을 보면서 라떼이야기를 하면 시큰둥하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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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게 엄마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해보았다. 우리 엄마의 모습이 더욱 그리워진다


감성이 없어지는 시대이다.

나의 유년시절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엄마는 나에게 오감을 자극해 주시면서 감성을 키워주셨다. 석쇠 위에 들기름 바른 김을 구우면서 엄마의 추억을 소환해 본다.


인공지능 시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날도 멀지 않은 시대에 살고있지만 엄마가 나에게 심어주셨던 감성을 나의 딸에게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고민스럽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고 있는 헤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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