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벨의 에세이: 그냥 힘빼고 살어!

- 마음을 숨기는 기술 (플레쳐 부 저) 중에서 -

가는 곳마다 싸우고 이기려 한다면 가는 곳마다 벽에 부딪힌다. 당신의 소유욕이 상대방에게도 똑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는 동물들이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과 같다.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소유욕을 숨길 줄 알아야 하며, 더욱 관대한 태도로 좀 더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마음 숨기고 고수가 유지해야 할 기품이다. 양보를 모르면 때로 당사자 자신도예상하지 못한 불상사가 초래된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남몰래 속으로 후회하는 수밖에 없다. 반면 양측이 똑같이 한발씩 양보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다면 일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양보를 배우는 것은 일종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양보를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다른 사람과 전혀 다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싸움으로는 결코 만족을 얻을 수 없다. 양보의 방식을 사용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는다.
출처: 마음을 숨기는 기술(플레처 부 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문득문득 싸움닭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민원처리에 관련된 문서들이 접수되면 어느 부서에서, 어느 담당자가 처리해야할지 갈등이 발생되곤 한다. 특히 민원의 담당자를 지정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문구 및 민원의 내용이 있으면 업무 관련 담당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갈등이 발생된다.

이런 상황에 발생되는 갈등과 논쟁 후에는 누가 민원을 접수해서 처리하냐고? 양보와 배려심을 발휘하는 사람이 처리하기보다는 그냥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처리하겠다는 사람과 싸움에 지는 사람이 처리한다. 누가 보아도 처리해야 할 부서와 담당자가 있는 것 같음에도 자신이 처리할 것이 아니라고 끝까지 우기고 버티는 자가 승리하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있다.


마음의 기술에서 나온 문장처럼 직장에서 업무 및 처리해야 할 일들이 싸움이 아닌 양보와 배려를 통해 똑같이 한발씩 양보하고 넒은 마음을 가지고 소통하며 업무를 처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직장이라는 곳은 그런 곳이 아니기에 갈등이 생기며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들 하는 것이리라.


학교에서 학생들만 가르치다가 교육행정기관으로 직장을 옮기고 난 후 내가 경험하는 세상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내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발에서 지고, 직급에서 지고, 신규니까 지고, 그냥 천성적으로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그냥 한다인 나는 항상 지는 사람이다.

“양보를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다른 사람과 전혀 다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싸움으로는 결코 만족을 얻을 수 없다. 양보의 방식을 사용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는다. ”라는 말은 때때로 공허한 메아리로 들려질 때가 있다.

현실에서는 양보와 배려보다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것 같다. 더욱이 양보만 하다가는 세상에서 호구가 되고 바보가 되어버린다. '마음을 숨기는 기술'의 작가의 말처럼 양보의 방식을 사용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말이 맞긴 맞다. 나는 양보의 방식을 선택해서 내가 처리해야할 업무가 아닌 것 같은데 민원인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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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각박해져가는 세상에 양보와 배려라는 단어를 한 번쯤 우리들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현대인들에게 희귀한 단어가 되어가고 있는 양보와 배려를 되새김질 하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타인의 말도 듣고 경청도 해보고 함께 더불어서 살아가는 것은 과연 손해보는 것일까?


네가 가장 존경하는 지체장애로 평생을 무시당하고 고생하면서 살아온 친언니가 항상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 인생이 얼마나 길다고 싸우고 지랄이냐, 그냥 힘 빼고 살아. 싸워서 이긴다고 자신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더라. 장애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손해 보지 않으려고 싸운적도 많은데 나의 마음은 그렇게 편하지는 않더라. 지는 게 이기는 거더라. 그냥 살어..” 인생의 나이가 가을에 접어들기 시작한 친언니는 삶을 달관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생각한다. 싸움에서 이기는 자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거다. '내가 양보할 걸 그랬나' 싶은 마음도 있을 거다. 싸움에서 진자는 타인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로 힘들겠지만 '타인도 설명하지 못할 입장이 있겠지'라고 생각해버리면 어떨까 싶다.


오늘 새벽에 나는 다짐해본다. 고단한 삶에서 인생의 여정에서 직장에서든 너무 악착같이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타자의 마음 아프게 하지 말고 '힘을 빼보는 연습'을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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