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 시리즈 Ⅲ: 세상에 비밀은 없다

- 헤벨의 단상: 세상에 비밀은 없다. 그리고 뒷담화

헤벨의 없다 시리즈 세 번째로 ‘세상에 비밀은 없다’와 뒷담화에 대해 말하고 싶다.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이 언젠가는 내 주위, 직장 동료들, 별로 친하지 않은 타인들까지 알게 된다. 비밀로 하자던 두 사람의 맹세는 너무도 허무하게 깨지기도 한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겪은 '세상에 비밀은 없다'와 뒷담화의 경험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싶다.


청소년기, 특히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보편적이지 않은 가정사로 인해 친구를 깊게 사귀지 않았다. 누군가와 깊게 사귀면 고등학교 시절에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 친구의 비밀도 공유해야하고, 비밀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을 너에게 말하게 되었고, 우리는 서로 비밀을 지켜야 하는 신뢰의 관계’를 맺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들어간 나는 ‘진짜로 잘 노는 친구'들과 어울렸다. 공부보다는 옆에 있는 남자학교 잘 생긴 남학생 이름을 꿰고 있는 친구, 영어문법은 몰라도 팝송하나는 기가 막히게 부르는 친구, 자취방이 모두 만화책으로 채워진 친구, 매일 거울 보면서 스프레이로 앞머리를 얼마나 각도 있게 세우는 데에 수학공식을 적용하는 친구들과 부담 없이 웃으면서 지냈다.


그런데 그런 나의 눈에 말수도 적도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쁜 데다가 공부도 잘하는 J라는 친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앞자리에 앉은 조용하고 책만 읽는 J는 신기했고 말을 섞기 시작했는데 J도 내가 신기했었나 보다. J는 ’ 나를 보고 하루하루 생각 없이 웃고 떠들고, 어떻게 저렇게 생각 없이, 공부도 없이 사는 아이여서 신기‘했다고 한다. 우리들은 서로 다른 면들에 끌려서인지 금세 친해져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집에 갈 때도 단짝친구가 되었다. 처음으로 친구라는 것을 사귀어보라고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고, 나는 J에게 처음으로 늑대와 여우의 시간에 학교 벤치에 앉아 나에 대한 비밀이야기 ’ 나는 엄마가 두 명이다. 나의 집안은 이렇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고 힘든 점들이 있다. ‘는 말을 꺼내놓았다. J표정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아무 말없이 나의 이야기만 듣고 있었던 것 같다. J와 이야기를 나눈 후 솔직히 나는 처음으로 나의 비밀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후련함과 비밀을 공유할 찐친이 생겨서 좋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며칠 걸리지도 않았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 나누었던 우울한 나의 비밀이야기를 듣은 J는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점심도 다른 친구와 함께 먹으러 가고, 말을 걸어도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으나 나의 직감이 정답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물어보지 않았다. J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진짜로 잘 노는 친구’ 들과 다시 어울리기 시작했고 잘 노는 친구들 중의 한 명이 어느 날 조용히 나를 불렀다.

” 헤벨아, 너에게 대한 소문이 돌고 있던데 너 알고 있어? “

” 무슨 소문? “

” 그게 말이야.. “

” 뭔데? 말해봐 “

” 헤벨아, 너 엄마가 두 명이라면서, 그리고 두 번째 엄마가 너 낳았는데 너의 친엄마가 글도 못 읽고 못 배우고 그래서 두 번째 부인되었다면서 네가 생각 없이 공부도 안 하고 사는 애라고 누가 그러더라. 내가 그 년 하고 한바탕 했어. 헤벨아 너무 신경 쓰지 마라 “ 하는 거였다.

아뿔싸! J에게 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친구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었다. 더 심한 험담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쓰고 싶다. 나에 대한 뒷담화 이야기해 준 친구가 나를 위해서 한바탕 한 것은 고마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나에 대해 떠돌았던 뒷담화를 나에게 해주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나에 대한 뒷담화 와 뒷담화의 폐해인 팩트에 상상력이 덧붙여진 뒷담화를 견디지 못하였고, 무엇보다도 J친구의 배신은 고등학교 때까지 아픔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생각 없이 웃고 떠들었던 나를 삶의 희망의 끈을 놓게 할 만하였다. 그 후 열병으로 고생으로 하였다. 어머니의 눈물이 없었다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심적인 아픔과 역경 후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J 친구에게도, 진짜 잘 노는 친구들과도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지내는 거였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그 누구와도 쉽게 마음을 터놓고 가까이 지내지는 못했다. 웃고 생각 없이 살았던 고등학생이었던 나의 내면은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1-2_%EA%B5%AD%EC%88%98%EB%B0%80%EA%B8%B0.jpg?type=w773 키르기스스탄 여행 중 우연히 가정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뜻하지 않은 환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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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대부분은 살면서 한번쯤은 뒷담화로 인해 마음을 상처를 받거나 황당한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의 심리는 요즈음같이 웬만큼 잘 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기준에서 자신보다 못났거나 아니면 잘난 부분을 가진 사람의 비밀이나 이야기를 타인에게 말하면서 ‘나라는 사람은 저 사람보다 우월하다’라는 우월감을 맛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떠한가? 우리들 혹은 나에 대해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나도 똑같이 뒷담화로 응대하여 복수라도 해야 할까? 우선 책을 읽거나 내가 경험한 뒷담화 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유형들을 분석하였다. 개인적인 분석이니 보편화시키기에는 타당성이 떨어진다.

첫째, 다른 사람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타인의 단점을 부각해서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높이려고도 하고, 자신보다 잘났거나 질투의 대상에 대해서도 뒷담화를 통해 자신이 질투의 대상보다 나은 사람이라도 말하고 싶어 한다.

둘째, 뒷담화 상대가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거나 직장 상사의 경우 비난모드에서 칭찬 모드로 변신을 해버리는 소심한 비겁 주의자 들이다. 나도 여기에 속하는 경향이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셋째, 뒷담화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친해 보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서로의 흉을 본다. 아이러니하게 상대방이 자신의 흉을 보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친하게 지낸다.

넷째, 뒷담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주위에 믿을만한 사람이 없어 외로워 보인다.

다섯째, 뒷담화는 다른 사람의 비밀이나 개인사적인 이야기의 팩트만 언급하면 다행인데 항상 눈덩이처럼 상상의 그 무엇인가를 덧붙여서 이야기한다.


그러면 뒷담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제일 좋은 것은 ‘너만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비밀은 혼자 간직하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뒷담화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면 먼저 ‘추한 것과 싸우지 않는다’는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추한 것은 무시하면 된다. 험담이 험담이긴 하지만 내가 들어도 조금의 타당성이 있다면 감사하면 된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알려 준거라면 ' 저 부분은 내가 개선해야겠구나’라고 발전의 방향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험담이 근거도 없고 험담에 불과하면 뒷담화 하는 사람의 그릇의 크기가 작은 것에 안타까워하면 된다. 많은 것을 품지 못하고 담지 못하는 그릇의 크기가 작음에 연민을 느끼면 된다. 유감스럽게도 인간 세상에는 시기, 질투, 열등감, 우월감,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들과 함께 걸어가고 더불어 살아가야지 않을까 싶다. 내 맘에 안 든다고 모두 손절했다가는 내 주위에 남아날 인간이 없으니 말이다.

장자의 산목 편에 ‘군자의 교제는 물과 같이 담백하여 영원히 변함이 없고, 소인배의 교제는 단 술과 같이 오래가지 못한다. “라는 말이 있다.

필연성이 없이 그저 함께 있기 위해 의도성만으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는 오래지 않아 끝나고 만다. 하지만 나의 비밀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과의 교제는 솔직하고 담백하며 영원히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나는 솔직하고 담백한 사람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신뢰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매일 비판적 성찰을 가져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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