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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영화: 책상서랍 속의 동화


   장예모 감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 책상 서랍 속의 동화’  영화를 보고 난 후부터이다. 1999년에 만들어진 책상 서랍 속의 동화라는 영화는 장예모 감독의 붉은 옥수수밭(1998), 홍등(1991), 귀주 이야기(1992)을 보도록 나를 이끌었다. 

    ' 책상 서랍 속의 동화'는 장예모 감독의 순수성, 스토리 전달력, 어린 배우들의 표정 연기가 관객들에게 특히 헤벨에게 마음의 울림을 주는 감독으로 여기게 되었다. 5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 사자 상 수상작이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배우도 현지에서 캐스팅된 마을 어린이들이 연기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출처: 다음영화 이미지

    ' 책상 서랍 속의 동화'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사랑하는 너무도 인간적인 어린 대체 교사, 그리고 대체교사와 함께하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내용을 요약하면 

   중국의 작은 시골마을, 분필도 없는 가난한 환경의 정식교사인 가오 선생님 대신 오게 된 13살의 대체교사, 웨이는 월급 오십 원을 받고자 1달 동안 대체교사를 하기 위해서 온다. 가오 선생님이 마을을 떠날 때 웨이 자신의 월급을 언제 줄 거냐고  묻는 질문에 가오 선생님은 자신이 돌아와있을 때 학생 수가 그대로 있으면 월급뿐만 아니라 10원을 보너스로 더 준다는 이야기한다. 13살 대리교사, 웨이의 첫 수업 시간. 글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웨이가 쓰는 글들은 너무 어렵다.  웨이는 그런 학생들을  노래와 율동을 가르친다. 가오 선생님이 웨이에게 부탁한 것 중 하루에 분필은 한 개만 사용하라고 했는데  교실의 말썽꾸러기 장위 거라는 학생이 분필을 모두 망가뜨려버린다. 

     학생이 학명이 줄어들면 안 되는데 읍내 체육 학교에서 달리기를 잘하는 밍신홍을 데리고 가버리고, 장휘거와 반장이 서로 싸우는 일이 생겨 서로 화해 시 켜려다가 장휘거는 집으로 도망가 버린다. 장휘거가 며칠 동안 나오지 않자 웨이는 장휘거의 집을 찾아간다.  아픈 엄마가 집을 지키고 있고 어린 초등학생 장휘거는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갔다고 한다.  장휘거를 찾기 위해 웨이는 다음날 학생들에게 도시로 가는 버스비를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질문한다.  학생들은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아이디어를 낸다.  한 명의 학생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벽돌 공장에서 벽돌을 나르면 사장님이 돈을 준다고 한다. 학생들을 서로 힘을 모아서 벽동공장에 가서 선생님의 도시로 장휘거를 찾으러 갈 수 있도록 버스비 마련을 위해서 벽돌을 나르기 시작한다. 

  

    힘든 일도 수업의 일환이 되고 수업을 즐겁게 하게 된다. 벽돌 공장 주인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면서 돈을 안 주려고 하지만 웨이는 벽돌 공장 사장한테 돈을 달라고 한다. 벽동공장 사장은 조금의 돈을 주고, 힘들게 일한 20명의 학생과 웨이는 목이 말라 코카콜라 몇 병을 사서 학생들 돌아가면서  한 모금씩 콜라를 마신다.  서로 한 모금씩 나누어먹는 장면에서 서로를 위하는 어린 눈망울,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진득함 등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남은 학생들은 촌장에게 맡기고  도시에 간 웨이 선생님, 장휘거를 찾기 위해 사람 찾는 광고문도 써서  붙였지만 소용이 없다.  누군가 방송국에 가서 방송을 하면 장휘거를 찾을 수 있다는 말에  웨이는 방송국으로 향한다. 방송국장을 만나야 방송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안경을 썼다는 국장의 인상착의를 듣고 안경 쓴 남자들에게 모두 국장이냐고? 질문을 한다. 웨이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결국 방송국장이 웨이의 소문을 듣고 웨이에게 장휘거를 찾는 방송을 하도록 허락한다.  마침내 웨이는 장휘거라는 자신의 학생을 찾기 위해 방송에 나오게 되었고, 제자를 찾는 이유를 물어보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카메라 앞에 웨이는 눈물만 흘린다. 카메라 가득하게 웨이 선생님의 눈물을 화면을 채운다. '장휘거 어디 있냐'면서 눈물만 흘리는 웨이 선생님.  이 모습을 우연하게 보게 된 장휘거. 

   웨이와 장휘거는 방송국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마을로 돌아오고 차 안에는 분필이 가득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용품 등으로 가득 차있다.  

   웨이가 기부로 받은 다양한 색깔의 분필을 나누어주면서  학생들에게 쓰고 싶은 글자를 써보라고 한다. 한 학생은 칠판에 '행복'이라고 쓰고 장휘거는 ' 웨이' 선생님을 쓴다.  학생들에게 행복을 준 사람은 웨이 선생님이었던 것이었을까? 

   

출처: 다음영화 이미지 

 '책상 서랍 속의 동화'를 보고 헤벨은 

 스승이 되지 못하는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니고, 친구가 될 수 없는 스승은 결코 좋은 스승이 아니다. 

 라는 이탁오라는 명나라 사상가의 말이 떠올랐다. 


      영화의 중국  시대적인 배경이 언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13살 웨이라는 선생님은 학생들의 친구이면서 좋은 스승임에 틀림없어보인다.  처음에는 월급 때문에 장휘거를 찾아다니는 것 같았지만 점차적으로 도시로 나간 제자를 걱정하는  스승으로서의 책임감이 발동했으리라. 길에서 잠을 자고 배가 고파 식당에서 누가 남긴 국수를 허겁지겁 먹는 장면, 남은 돈으로 밥을 사는 대신 장휘거 찾는 광고문을 쓰기 위해 종이와 붓을 사는 웨이의 모습에서 자신의 배고픔보다 자신의 학생을 찾는 선생님의 모습은 고결하기까지 하다. 

    한때는 교사였던 헤벨은 대체교사 웨이의 입장이었으면 나는 웨이처럼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감히 못했을 것 같다. 교사 시절에 달력에 집착한 제자가 있었다.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지역의 시청, 농협, 우체국, 은행, 자동차 판매점, 보험회사 등 달력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모두 다니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곳을 방문해서  달력 달라고 사람들을 힘들게 해서 헤벨은 몇몇 사람들에게 항의성 전화를 받곤 했다. 


   그럴 때마다 일반인들에게 나의 제자의 다른 면의 특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못했다.  나의 제자에게  "  제발, 달력 한 개 얻은 곳은 다시 방문하지 말아라!!. K 야"  라고 말하고 " 도대체 달력은 왜 모으는 거냐?"라는 질문에 나의 제자 K의 대답이었다. 

   "선생님, 저는 달력 받으러 가면서 사람들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달력에 1년 모든 행사(밸런타인데이, 노동자의 날, 부부의  날 등)를 기록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K에게는 12달의 날짜에 자신의 기록을 검은 펜, 빨간 펜 등 다양한 색깔의 펜으로 써서 남기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지역의 모든 공공기관, 회사 및 가게 등을 방문하였던 것이다. 교사 시절에는 K의 행동으로 인해 힘든 점도 있었는데 새해 달력에 검은 펜, 빨간펜으로 기념일을 빼곡하게 적힌 달력을 헤벨에게 선물로  준  30대 초, 중반이 되어있을  K 학생이 그립다. 


    지식의 폭도 중요하지만 학생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스승이 되기도 하고, 친구들을 서로 위할 줄 알고,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웨이 같은 선생님을 만난 '책상 서랍 속의 동화'에 나오는 학생들은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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