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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영화: '불륜'영화를 본후


 독거노인, 노인자살, 고독사, 청년실업 같은 사회적으로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는 단어, 영상들은 헤벨에게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런데 두 명의 노인 배우들의 명품 연기를 보여주는 ‘불륜’ 단편영화를 볼때마다 눈물샘이 자극되고 마음이 무겁기 보다는 헤벨에게는 위로가 되는 영화였다. 2012년 제작되었고, 대종상단편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상영시간은 14분이다. 

출처: 다음영화(감독: 김준성, 출연신구, 김지영개봉미개봉)  

   영화제목이 왜 불륜일까? 독거노인에 대한 영화인데 제목을 불륜으로 정한 이유를 영화 중후반을 보고 난 후 알게되었다.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는 계시는 할아버지(신구배우) . 저쪽 방향의 판자촌 집들 중에 어디를 향해서 ‘어이’ ‘어이’ 하고 누군가를 부른다. 할아버지 목소리를 듣고 누군가 창문을 열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할머니(김지영 배우) 한분이 불편한 몸을 하며 힘겹게 창문을 열면서 손을 흔든다. 누군가 밖에다가 라디오를 버린다. 라디오 아나운서가 독거노인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방송되고 있다. 휠체어타신 할머니가 버려진 라디오를 가지고 가는 장면 후에 할아버지가 라디오를 고치고 계신다.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해서 잘 움직이지 못하신다. 라디오를 고치시고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차한잔을 건네면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틋하다.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리면서 할머니를 찾는소리에 할아버지는 급하게 다락방으로 숨어들어간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은 주민자치센터에 독거노인 돌봄사와 공무원이다. 밥과 반찬이 담긴 도시락을 가져왔다면서 할머니 대신 청소를 해주려는 돌봄인, 그리고 할아버지가 고치다만 라디오를 고쳐달라는 돌봄인의 요청에 의해 남자공무원이 라디오를 고치려고 한다. 할머니는 극구 라디오를 그냥 놓아두라고 하는데도 남자공무원은 고쳐보겠다고 한다. 라디오를 더 부셔놓은 남자공무원과 돌봄인은 식사를 함께 하쟎면서 가져온 도시락을 두명의 불청객이 자신들의 허기를 채우기 시작한다. 조계장이라는 공무원은 사람들이 자신들과 같은 공무원을 싫어하지만 기초생활 수급대상자가 아닌데 거짓으로 돈을 받아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사를 다닐 수 밖에 없다면서 자신들의 일을 합리화하면서 게걸스럽게 도시락을 먹어치운다.  

   두 명의 불청객이 떠나고, 다락방에 숨어있던 할아버지에게 ‘밥 먹자’고 내려오라는 말을 하시는 할머니는 초라한 밥상을 차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반찬 몇 개 없는 밥상을 마주한다. 공무원들이 들고온 도시락 반찬은 두명의 불청객이 먹어치운 듯 하다. 식사 후에 할아버지 핸드폰이 울린다. 할아버지의 아들이 술이 취해서 전화했다. 잘 지내시냐고, 기초생활수급이라도 받으려면 부양가족 없이 지내셔야한다고 하면서 할아버지에게 넋두리를 한다 할아버지(신구)는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엄마 바꿔주랴 하면서 아들과 통화중이던 핸드폰을 할머니에게 건네준다.  할머니가 전화기를 귀에 대자 들어오는 소리 ”엄마는 무슨 엄마예요. 저희들 키워주신 것은 고맙지만“ 아마도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재혼을 하시고, 할아버지의 자식들을 키우고 난 후 기초생활수급을 받기 위해 이혼을 한 상태임을 아들이 등장하면서 알게되었다. 


   그래서 영화제목이 ‘불륜’ 이라고 한 듯 하다. 

아들과 전화통화 후 침울해있는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산책이라도 가자고 권한다. 

전동휠체어에 앉으신 할머니와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시는 할아버지, 밤에 빛나는 별빛을 보면서 ‘나오기를 잘했지요’ 라는 할머니의 말에 미소짓는 할아버지. 전동휠체어에 할아버지를 함께 태우고 내리막길을 달리는 두 분의 모습에서 나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3남 3녀의 자식들을 힘겹게 키우신 나의 어머니가 노환으로 거동이 힘들어지니 아무도 선뜻 어머니를 모시는 자식이 없었다. 막내인 나는 고향에서 먼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자식들은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자발적으로 모시는 자식이 없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다는 조건 하에 모든 유산을 받은 큰오빠가 어머니를 모셨다. 하지만 방 한칸의 자리만 내주었을 뿐 어머니의 자리는 크게 없었다. 


   나의 어머니가 6남매를 어떻게 키우신지 알기에 어머니의 노년의 삶과 늙음이 가슴 아팠다. 어머니의 노년의 힘겨운 삶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식들이 빼내주지는 못했고,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폐끼치지 않으려고 묵묵히 자신의 아픔을 견디어내셨다. 

    보고 싶어도 이제는 볼수 없는 헤벨의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불륜’ 영화의 노부부의 모습에서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편이었던 헤벨의 어머님은 늙어 거동을 못하면서도 타지에서 고생한다는 막내딸에게  따뜻한 밥 한끼 챙겨주려고 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더운 여름날에 사무치게 그립다. 


   여름휴가날에  어머니 추모관에 다녀와야겠다. 

  더불어,  중년이란 어느 시인이 표현처럼 '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 뜬 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 라는 문장이 '불륜' 영화를 보면서도 새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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