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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영화:1986년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 통조림

   헤벨은 방학을 너무  좋아한다. 이유는 단 하나이다. 직장에서 전화받는 일이 조금 줄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기 중에 받았던 수많은 전화로부터 아주 조금, 정말 조금 해방되어 집에 오면 정신적 소진이 덜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헤벨이 마음의 여유 플러스 감성적 충전을 위해  선택한 영화는 “ 1986년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 통조림” 이었다. '오성 사이다'라는 한국 상표가 1986년에 있었나 싶었는데 일본 영화에 '오성 사이다' 상표가 나온 영화를 보는 재미도 상큼했다. 


   1986년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 통조림은 학창 시절에 한번은 꿈꿔볼 만한 모험, 돌고래를 타고 싶어 부메랑이라는 섬을 찾아가는 두 소년의 여행기, 우정과 소년들이 커갈 수 있도록 따뜻하게 품어주는 어른들에 관한 훈훈한 이야기였다. 중년의 작가의 길을 가고 있지만 뚜렷한 작품이 없는 히사는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다. 문학작품을 쓰고자 하지만 동료로부터 ‘안 팔릴 거'라는 혹독한 혹평을 받고, 이혼한 가정의 가장으로 삶에 지쳐있는 그의 눈에 띈 ” 고등어 통조림“ 이 한 아이를 떠올리게 된다.  

출처: 다음 영화 


타케의 집과 히사의 집 

   타케(타케모토)는 1년 내내 2가지 색의 러닝만 입고 학교에 온다. 그래서 또래들의 노림을 당하는 아이이다.  타케의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러 가자는 또래들을 따돌리려고 하였지만 타케의 여동생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무너져가는 집, 허름한 집을 친구들에게 들키게 된다.  친구들 모두 타케의 무너져가는 집을 보고 놀려대지만 히사는 묵묵히 타케의 집을 보고만 있다. 히사의 글쓰기를 칭찬하는 선생님의 과잉스러운 표정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지만 그 정도로 히사는 글쓰기를 잘하는 친구이다. 히사의 집은 직장 다니는 아버지 모습(러닝셔츠에 팬티 차림), 가정주부, 빡빡머리 남동생이 있으며 유행하는 가수를 좋아하는 히사. 어머니가 서슴없이 아버지의 머리를 때리고 핀잔을 주는 모습에서도 애정이 넘쳐나는 따뜻한 가정이다. 


히사와 타케 드디어 친구가 되다!

   여름방학이 되자 타케가 히사를 찾아온다. 부메랑 섬에 있는 돌고래를 보러 가자고 한다.  돌고래를 보고 싶지만 용기가 없는 히사에게 히사가 길에서 주운 100엔을 꿀꺽한 히사를 감옥으로 보낸다는 말로 협박하며  다음날 새벽 히사와 타케는 모험을 떠날 준비를 한다. 노끈도 준비한다. 타케가 히사 집 앞에 기다리고 있고,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려는 찰나, 히사의 아버지가 뒤에서 부른다. 돌고래 찾으러 가는 길을 격려해 주는 아버지, 자전거 뒷좌석을 수건으로 묶어주고, 타케에게 용돈도 준다. 부메랑 섬을 가기 위해 험난하게 넘어야 하는 산을 넘어서 도착한 마을에서 음료수 마시면서 동네 불량배들에게 둘려 싸인 히사를 위해 대신 불량배들과 마주하는 타케. 그런데 동네 불량배들을 제압하는 파란색 모자를 쓴 청년이 나타나 동네 불량배들을 때려준다. 히사와 타케가 부메랑 섬에 도착할 때쯤 다리에 쥐가 나서 물에 빠진 히사를 동네누나, 유카가 구해준다. 동네누나는 소라도 구워주고, 먼 곳에서 바다로 떠밀려온 ’오성 사이다‘ 캔통의 한국어도 알려준다. 1시간 이상을 섬을 뒤졌지만 히사와 타케는 부메랑 섬에서 돌고래를 찾지 못한다. 히사와 타케 모두 돌고래는 없을 것을 예상하였지만 둘이 함께하는 여행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히사는 타케에게 " 자신과 왜 돌고래를 보러 오잖고 그랬는지? 자전거가 있어서 그랬냐고 " 물어본다. 

타케의 대답은 ” 너만 웃지 않았다고“  아마도 부서져가는 타케의 집을 보고 친구들은 놀렸지만 히사만이 웃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히사와 타케의 단 하루 만의 모험에서 얻고자 하는 돌고래라는 환상은 못 보았지만 둘에게는 ” 또 보자“ ” 또 봐“라는 말을 연시하면 헤어지면서 친구를 얻게 된다. 남은 방학 동안에 둘은 낚시도 함께하고, 산과 바다를 잘 아는 타케를 쫓아다닌다. 산에 있는 귤 나무에서 귤을 설이하다가 주인 할아버지에게 혼나는 장면도 웃음을 자아낸다. 


고등어 통조림으로 만든 스시 


  히사의 집도 그리 넉넉하지 않아 초밥을 먹고 싶으나 여유가 없다. 그런 히사를 위해 타케는 히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히사는 타케를 위해 고등어 통조림으로 만든 고등어로 초밥을 만들어 대접한다. 히사는 맛있다면서 타케에게 ” 초밥집 사장“을 권했고, 히사는 타케에게 ”너는 작가라“ 되라고 서로의 꿈을 다독인다. 타케의 동생은 4명이나 되고 어부였던 아빠는 돌아가셨고, 타케의 어머니는 동네 슈퍼에서 일하면서 5명의 자녀를 키우고 계신다. 히사가 타케 자신을 친구로 여기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타케의 엄마가 히사에게  " 집에 방문한 날 히사에게 타케 친구냐고 물어보아서 타케에게 혼났다면서 그 이유는 히사가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는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이야기했다면서 " 말이다.  그리고 타케와 친하게 지내달라고 당부한다. 타케 어머니의 말에  갑자기 히사는 실망한다. 자신은 타케를 친구로 생각했는데 타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해한 히사. 개학 후에 타케를 무시하는 히사로 인해 타케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친구란 어떤 의미일까? 

   타케의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타케와 동생들은 친척 집으로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타케도 친척과 함께 나가사키를 떠나는 날, 히사는 망원경을 사려고 모아놓았던 저금통을 털어 고등어 통조림을 한 봉지 사가지고 기차역으로 달려간다. 타케에게 고등어 통조림 산 봉지를 내밀고 우리는 친구임을 강조하는 히사. 그리고  귤나무 주인 할배도 못 먹어 떨어진 귤이라면서 귤 봉지를 타케에게 건네준다. 


   히사는 기차 타고 떠나는 타케에게 ”또 보자“ ” 또 보자“ 서로 외치면서 멀어져 가는 기차를 바라보고 기차역에 나온 아버지를 안고 울기 시작한다.  친구를 멀리 떠나보낸 히사는 헤어짐의 아픔을 통해 더욱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았다.  


나가사키 역 

    히사는 '고등어 통조림과 타케‘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펴내게 되고, 타케는 나가사키에서 초밥집을 열었다고 하면서 나가사키를 방문한다. 유년 시절에 헤어졌던 나가사키 역의 벤치에 앉아있는 히사. 

' 내게는 고등어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한 아이가 있다. '  멀리서  “히사”를 부르는 타케 모습이 보인다. ' 이 아이는 지금도 나의 친구다'라는 독백이 흐른다. 


 영화에 대한 헤벨의 단상:

   히사역의 아역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히사에게 빠져들었다. 표정 하나하나의 순수성과 돌고래를 찾아떠나자는 타케 친구의 말에 상상의 나래를 펴는 아역배우의 모습과 부메랑 섬에서 만난 유카의 가슴을 계속 쳐다보는 히사는 그날 모험에서 얻어온 오성사이다 캔병과 소라 껍데기를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고 선망했던 연예인의 사진을 떼어낸다. 두 아역배우의 연기가 영화의 몰입감을 더해주었고 헤벨의 어린 시절 추억도 소환시켰다.  

   어린 시절, 청소년 시절의 친구들은 오래된 항아리의 포도주와 같다. 어떤 조건 없이 사귄 친구관계는 경제적 여건, 직위, 가정환경 등과 상관없이 서로를 마주해서 순수하다. 히사와 타케의 우정이  중년까지 지속되고 있어서  솔직히 부러웠다.  한때는 돈독했던 친구였지만 살아온 길들,  인생의 여정의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서로 가는 길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친구 간의 거리도 멀어지는 경험을 한다. 

   사소한 오해의 끈을 풀지 못하고 멀어져 버린 고등학교 친구,   경제적, 사회적 지위, 외모, 자식자랑 등 타인의 시선에 좌우되어 나의 못난 자격지심으로 떠나보낸 친구들도 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던가?  나이 들수록 친구 사귀는 게 힘든 이유는 이제는 친구의 죽음까지도 함께할 마음이 굳어져야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오늘 헤벨은 히사와 타케같이 서로의 꿈을 지지해 주고, 진득하니 기다려주고, 언제든지 ”또 보자“를 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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