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인연

by 이세진

집 밖을 나오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그중에는 금방 스쳐 가듯 떠나는 사람이 있고, 시간이 흘러도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지난날 부족함 때문에 소중했던 인연을 떠나보낸 적이 있었고, 내가 먼저 관계를 끊은 적도 있었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공통점이 있었다.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소비 패턴이 비슷한 사람,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 등등.


나는 옷이나 식비에 돈을 절약하는 편이다.(명품가방, 향수, 시계, 브랜드옷 등등 물욕이 없는) 그래서 대체로 검소한 사람들과 식사하는 게 편했다. 반대로 저렴한 식당을 가자고 하면 혹시 짠돌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눈치를 본 적도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24살 무렵, 공무원 시험을 마친 직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던 시기였다. 그때 친한 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분은 레스토랑을 가고 싶어 하셨다. 나는 부담이 되어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갔는데, 내가 “이 정도 맛에 이 가격이면 엄청 싸네요”라고 말하자 “가난해 보인다”라는 말을 들었다. 쇼핑을 하던 때도 비슷했다. 나는 로드샵 옷만 샀는데, 브랜드 매장에서 처음 옷을 사게 되었다고 했더니 “이제 20대인데 로드샵은 졸업해야지”라는 말을 들었다. 경제적인 가치관이 맞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그분이 무례했던 건지. 처음엔 서로 다르더라도 맞춰보려 했다. 하지만 결국 관계는 내가 일방적으로 끊어냈다. 1~2년 뒤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지만, 굳이 다시 걸진 않았다.


인간관계가 틀어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툭툭 내뱉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번 떨어진 정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이 분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생각 없이 무례한 질문을 하는 사람, 도움을 받고도 불평하는 사람, 몰상식한 사람. 이런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기분이 왠지 모르게 가라앉는다. 그래서 나를 지키기 위해 과감히 끊어냈다. 방법은 대부분 서서히 멀어지기, 읽고 답하지 않기였다. 좋은 대처는 아니었지만, 그들과 말다툼을 이어가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반면 소소하게 김밥 한 줄, 20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산책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스타벅스는 비싸니까 빽다방 가자”라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이 편했다. 괜히 잘 보이려고 눈치 보는 것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 이런 사람들과는 인연이 오래갔다. 아마 편안함을 느껴서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