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

by 이세진

우리 엄마 손은

가시나무 손


까실까실한 그 느낌


그 옛날 코흘리게 댕기머리를 땋아 주던

부드러운 손길이 아련히 스친다.


긴 겨울 속

장독대 항아리 위로 숨쉬듯 엄마 손길 닿는다.

하얀 눈길을 따라 흐르던 엄마 손


그 손길이 스치면 사금파리 단지는

숨 깊은 미소를 머금는다.


아지랑이 햇살은 엄마 손을 융단으로 감싸 안고

실바람은 잔잔히 눈가루를 흩날린다.


물동이를 손에 들고 십리 밖으로 향하던 엄마손

물동이가 흔들리면 엄마 손도 흔들린다.

엄마 손은 쉴 틈 없이 이리저리 날개 달고 날아다닌다.



물 항아리를 들고

불구덩이를 헤집고


아궁이 속에 불을 피우는 거친 엄마 손

새까만 연기에 숫깜댕이 된 엄마 손.



꽹이 들고 십리 밖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엄마 손에

벼이싹이 무럭무럭 자라고


날마다 호미 들고 풀과 씨름하는 엄마 손에

호박꽃 향내음이 웃음치며 휘날린다.


날마다 밥상 들고 씨름하는 엄마 손에

옆집 철이 강아지가 꼬리치며 달려 온다.


동짓 섯달

차디찬 물속을 허우적이며 헤엄치던 엄마손

옷고름을 헤집고 바지를 뒤적이던 얼음 속

차디 찬 엄마 손

잡으면 심장이 얼어붙는다.


엄마의 손

그 가시나무 같은 거친 손도 마음도

그 부드러운 손길도

한서리쳐 흘러간 세월 속에 묻혔다.


거친 까칠한 그 손길도

층층이 쌓인 마음의 주름으로 새겨져

차디찬 엄마손길이 따스하게 스친다


어머니의 손길은

삶의 보호막, 한줄기로 엮은 그 끈끈한 황금 빛줄기.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만질래야 만질 수 없는

끈끈한 탯줄같은 엄마손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