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바늘

by 이세진

“천천히 좀 가!”
시침이 느릿하게 말한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잖아!”
초침은 벌써 세 칸 앞서 가 있다.

째깍째깍


“둘 다 좀 조용히 해.”
분침이 중재하듯 말한다.


초침이 발끈해서 대꾸한다.
“내가 움직여줘야 세상이 돌아가는 거야!”



분침은 한숨을 내쉰다.
“너가 너무 빨라서 그래.
나는 너 따라다니느라 정신없어!”


시침은 여전히 느긋하다.


초침이 360번을 뛰고 분침이 60번을 걸어야

그제야 시침이 느긋하게 다음 칸으로 몸을 옮긴다.


초침은 여전히 째깍째각 움직이고
분침은 초침을 따라가고
시침은 하루를 기록한다.


분침이 문득 말했다.
“우리 셋이 없으면,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알까?”


초침이 코웃음을 친다.
“모르지. 나 없으면 세상은 멈춰.”


시침이 잠시 웃는다.

“아니, 나 없으면 하루란 말도 없어.”


분침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한다.
“둘 다 틀렸어. 우리는 함께 움직여야 시계야.”


초침이 멈칫한다.
시침도 슬쩍 고개를 든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초침이 말한다.

"맞아, 혼자 움직이면 고장난 시계에 불과하지.”


분침도 말한다.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시침이 마침내 말한다.
“결국 시간은 셋이 함께 만들어가는 거니까.”


세 바늘은 다시 각자의 속도로 움직인다.

째깍 째깍 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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