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7일, 서강대학교에서
몸 속에서 음양이 춤추고, 오행이 걷고 있는 ‘나’는 우주입니다.
사실 말로 정의하는 순간 ‘나’는 그 말이 지닌 틀에 갇혀서 ‘나’가 아니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인식하자고 한다면, 어떤 생각을 갖고 행동을 하면서 과거를 살았고, 지금을 살며, 미래를 살 것인지 살피는 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나’는 군인가정에서 태어나 다양한 지역에서 성장했고, 세상에 보배로운 존재가 되라는 이름처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한의사, 군인, 국가지도자 로서의 꿈을 품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날라리 모범생’으로서 선생님들과 또래 hen에게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의사의 꿈을 미루고, 국가를 지키고 이끄는 리더가 되고자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입학보다 한참 어려웠던 졸업까지, 4년의 시간동안 ‘나를 지휘하는 리더십’을 깨달았습니다. 육군장교가 된 후에는 최전방 철책선을 지키는 소대를 지휘하며 분단의 비애와 시대적 사명에 대해 가슴 절절히 느꼈고, 국고금의 집행과 결산을 담당하며 ‘돈’의 힘과 역할 그리고 중요성을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틈나는 시간을 활용해 수백 권의 책을 읽고, 수백편의 영화와 노래를 감상하고, 수차례의 국내외 여행을 통해 안정된 삶 속에서 스스로 그릇을 작게 만들던 우물안 개구리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5년차 전역을 결심하고 한의사가 되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우리 사회를 치유하고 싶은 마음에 주경야독하며 수능을 치렀습니다. 동시에 육군사관학교가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소통되고, 군부독재의 잔향을 털어버릴 수 있도록 4년의 성장기를 담은 책을 집필해왔습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구호를 외치며,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오롯이 존재코자 노력했고, 주변과 조화되면서도 속에서는 채워지지 않은 갈증을 느꼈습니다. ‘나’는 편안하게 살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과 국가가 힘든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가슴이 아프고 편치 않았습니다.
안창호 선생께서 “나라에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이 왜 인물이 될 공부를 하지 않는가”라고 하신 말씀은 ‘나’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습니다. ‘나’는 사람과 세상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뜻을 합쳐서 ‘나’로써 존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우리 사회, 이 세상을 꿈꿉니다.
간략하면서도 장황하게 ‘나’에 대해 이야기하였건만, ‘나’는 아직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나’는 끊임없는 욕망,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어쩌면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예쁜 이성을 소유하고픈 성욕이 넘칩니다. ‘나’는 굶주린 배를 채우고픈 식욕도 넘쳐납니다.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은 수면욕도 큽니다. ‘나’는 핏덩어리 동물인 것입니다.
인지적 능력으로 생각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로서 금전욕, 권력욕, 명예욕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욕망이 넘치는 ‘나’에게는 큰 과제이자 숙명이 놓여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뜻과 시대가 원하는 ‘뜻’이 일치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철의 날카로움과 바위의 딱딱함이 아닌 물의 부드러움, 햇살의 따사로움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며 사람과 대한민국, 자연과 지구를 사랑합니다.
물처럼 ‘나’를 낮추며,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나’가 되고픈 지금의 ‘나’는 김세진입니다.
비록 우주에서 개미의 더듬이에 달린 먼지보다도 미세하고 보이지 않는 존재이지만, ‘나’는 또 다른 우주입니다. 주변의 다른 우주들과 조화되어 세상을 빛나게 하고픈 ‘나’는 世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