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1일 @서울
오늘 오랜만에 건명원을 찾아갔습니다. 아, 3월 3일 졸업/입학식 때도 함께 했으니 그리 오랜만도 아니겠네요! 설렘과 아쉬움, 웃음과 눈물이 아우러졌던 그날, 저는 가장 친했던 벗의 영정사진을 주문하고 건명원 3기의 졸업과 4기의 시작을 축복했었습니다. 그로부터 12일 뒤, 벗과의 뜨거운 작별을 가슴깊이 품게 된 저는 죽음을 가스에 품고 다시 새롭게 태어나고 있습니다. 한 달하고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르고, 오늘 다시 만난 건명원은 웬일인지 참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2016년 3월 23일, 2기 원생 몇 명은 식목일행사를 겸해 산림청에서 무료로 나눠준 매화와 라일락나무의 ‘짝대기’를 건명원 담벼락 부근에 심었습니다. 당장 던져버려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던 그 ‘짝대기’들이 키를 훌쩍 넘겨 하늘로 솟을 만큼 커나갈 줄은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낯선 곳에 남겨진 옛 흔적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놓이더군요. 게다가 라일락에 꽃이 담뿍 피어있으니 괜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나뭇가지를 살며시 잡고 생명의 향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눈과 귀가 먹먹해졌습니다. 그리운 얼굴들과 추억의 순간들이 와르르 몰려와 가슴에 요동쳤습니다.
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아팠을지, 따뜻한 향기를 나누기 위해 얼마나 인내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귀(가수 부활의 노래)처럼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걸 수도 있겠어요. ‘봄은 겨울을 인내하는 자의 것’이라는 말도 잘 들어맞는 표현일까요?
건명원과 만난 이후의 삶은 ‘끊임없는 자기살해’인 것 같습니다. 눈앞의 언덕을 넘고 나면 또 다른 언덕들이 숱하게 보이니 막막하다가도 참 설렙니다. 오늘 따가운 여름햇살과 살랑대는 바람을 품으며 뿜업하고 계시는 4기 동료 분들의 모습을 보며, 다시 큰 힘을 얻고 왔습니다.
언젠가 저도 제 소중한 벗처럼, 새하얀 백골로 흐트러질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오늘이 감사합니다. 말없이 자라나고 있는 건명원 담벼락의 ‘짝대기’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를 보듬어 준 ‘짝대기’들의 오늘을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