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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SeJin 코리아세진 Mar 23. 2019

웃픈 나의 이야기



 고딩시절, 육군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삭발하고, 책상에 64를 칼로 새기고 공부하자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전에는 모의고사 결과의 중간에 걸쳐있던 내 이름이 맨 위로 올라가게 되자, 왜 굳이 군인이 되려하냐며, 다른 대학교에 원서를 넣어보라고 만류했다.

 사관생도가 되자 취업하기 힘든 일반대학교보다 훨씬 낫지만 육사가 아니라 나중에 취업하기 쉬운 공사에 가보지 그랬냐고 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가 되자 만나는 사람마다 ‘육사 나왔으면 장군은 달아야한다.’는 말을 숱하게 했다. 그리고는 “우리 군의 가장 큰 문제는 육사출신들이 장군자리를 독점해 온 것이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1년여 간 최전방철책선 소대장을 하면서, 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고 내면을 닦으니, 이렇게 외롭고 고립된 곳에서 책을 읽으면 위험한 생각에 빠지기 쉽다며 독서를 말렸다. 독서를 줄이고 일기를 쓰니, 일기를 쓰는 것보다 책을 읽고 견문을 넓히는 게 좋다고 했다.

  

 중국을 알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역사를 공부하자, 장교는 영어반을 꼭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상하이에 탐방을 다녀온 뒤 견문기를 쓰자 굳이 안 해도 되는 고생을 한다고 했다. 그리곤 이제 중국은 저물고 인도의 시대가 펼쳐진다며 인도를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훌륭한 지휘관/참모가 되고 싶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자, 조직은 ‘바보’를 원한다는 선배의 말을 들어야했다. 퇴근이후 책을 읽고 공부와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자, 저녁에는 회식도 하고 놀기도 해야지 왜 이렇게 재미없게 사냐고 했다.


 육사사랑 카페에 익명으로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자 어차피 별로 안 볼 텐데, 굳이 공들여서 왜 하냐고 물었다. ‘사관생도의 4년을 생생하게 그려주어 고맙다’, ‘감동받고 눈물이 글썽였다’는 과분한 칭찬을 들으며 연재를 끝내고 “나를 외치다!”를 출판하자, 육사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장교는 세상을 널리 알고 세계를 알기 위해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듣다가, 5년차 전역을 결심했다고 하자 ‘미쳤다’고 했다. 취업도 잘 안 되는 이 힘든 시기에 평생 먹고 살 것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을 제 발로 차는 미친놈이 어딨느냐고 했다.

 전역 후 곧바로 취직하지 않고 건명원에 들어가자 이상한 철학원에는 왜 가느냐고 했다. 건명원이 차츰 알려지자 무엇을 배우는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요시다 쇼인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니 왜 굳이 사서 고생하냐고 물었다. 쇼인의 흔적을 쫓아 탐방을 떠나자 남들은 관심도 없는 것에 꽂혀서 별 짓을 다하는 ‘역시 또라이’ 라고, 돈도 안 되는 일을 제 돈 부어가며 왜 하냐고 했다. 혹시 친일파가 아니냐는 말도 들어야 했다.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를 끝끝내 완성하고 광복절에 출판하니, 청년 애국자라고, 한국에서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해냈다고 했다. 책 서문의 “나다 싶으면 해라”라는 문구를 보고 누군가는 ‘무서운 사람’이라 하고, 누군가는 ‘단심’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책을 출판하기 전에는 돈도 안 되는 책을 왜 쓰냐고, 책으로는 돈 벌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는데, 책을 출판하고 나서는 책으로 돈 벌어서 좋겠다고 한다. 사람들은 ‘책이 아니라 강의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강의료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로 강연을 하면 ‘책으로 돈 벌어서 좋겠다’고 말했다.


 책을 쓰는 것은 관념의 활동이고 현실감각을 떨어뜨린다는 말을 듣다가도, 글도 쓰지 않고 책도 읽지 않은 채 지낼 때에는 ‘이제 어떤 책을 쓸 것이냐’, ‘이런저런 책을 써보는 건 어떠냐’는 말을 들었다.


 스타트업에 도전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하자, 왜 굳이 불확실한 일에 도전하냐고, 잘 할 수는 있겠냐고, 차라리 장교경력을 활용해 대기업에 취직하지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했다. 운 좋게 스타트업에 몸담으며 일하니 조직생활을 다시 할 줄은 몰랐다고, 그만두고 다른 일 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조직생활 이외의 외부활동을 공유하면 관심이 다른 곳에 가 있다, 마음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어야했고, 주어진 환경에 온전히 몰입하면 너무 한 곳에 매몰되어 번 아웃 되는 건 아니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주말에 딱 2시간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면 미술작가가 될 것도 아니면서 왜 시간낭비 하냐고, 얼마나 심심했으면 주말에 그림을 그리느냐고, 팔지도 못할 거 그려서 뭐하냐는 말을 들었다. 그림을 나름 완성하고 나니 잘 그렸다고, 다음에는 무엇을 그릴 것이냐는 질문을 들었다.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왜 안 뛰느냐는 질문을 듣고, 몇 번 뛰고 나면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말이 많아진 것 같아 입을 최대한 다물고 차분히 있을라치면 왜 이렇게 말이 없냐고, 안 좋은 일이 있냐고 한다.


 술을 마셔서 몸이 아플 때 사람들은 술은 마시면 건강에 정말 안 좋다고, 불미스런 사고는 술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술이 없어도 마음에 있는 어떤 말이라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가장 진실된 관계라고 말했다. 20대 중반 이후로 술을 아예 마시지 않자, 술을 마시지 않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술을 마셔야만 진솔한 이야기를 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술을 마시지 않아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아빠를 초연하게 떠나 보내드리자 ‘사람이 슬플 땐 눈물도 흘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죽음에 뒤따르는 나름의 상실감을 품고 견디어 내려하자 ‘힘들수록 더욱 초연해져야 한다’는 충고를 들어야 했다.


 (오리지널스 등에서는)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창의성은 기존의 것에 대한 반항과 반역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호기심과 문제의식을 품고 기존의 것에 문제를 제기할 때면, 사람은 환경에 적절히 순응하고 맞추며 살아가야한다고, 모난돌이 정 맞는다고 사람들은 조언한다.


 한 철학자는 내 삶이 현실적인데 반해 아직 철학이 부족하다고 하여 '내 삶으로 증명할 수 밖에 없겠다'고 말했고, 한 기업가는 내가 너무 철학적이고 이상주의적이라 하여 역시나 '내 삶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겠다'고 했다. 그리곤 내가 이상과 현실의 정중앙에 절묘하게 서있는 존재라고 말해준 한 문학가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몰래 글썽일 뻔 하기도 했다.


 남의 판단과 구분, 기준과 잣대에서 벗어난다고 삶의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내 마음의 길을 선택하고 걸어왔을 뿐이다. (이런 혼돈의 나를 언제나 묵묵하게 지지해주시는 부모님이 감사할 뿐이다...ㅋㅋ)

죽는 그날까지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걷는 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조건이다. 남의 답이 아니라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인간의 길이지 않을까? 앞으로는 어떤 정반합이 펼쳐지게 될까? 큐큐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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