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16. (토)
'잠시 후 홍천휴게소에 정차합니다.' 라는 안내방송이 단잠을 깨웠다. 버스에서 내려 뻐근한 어깨와 목을 몇 바퀴 정도 돌리곤, 옷깃을 여민 채 화장실로 향했다.
아저씨, 할아버지, 청년, 어린아이 할 것 없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잠시 후 차례가 되어 소변기를 마주하게 됐다. 앞선 사람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곤 아랫배를 살살 압박해오던 그네들과 힘차게 작별했다.
불현듯, 작년 이맘 때 대형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관찰했던 병실의 갖은 풍경이 떠올랐다.(정말 뜬금없다.)
평생동안 별다른 자각없이 누리던 '소변'이라는 생리활동을 겨우 해내고, 궁극에는 기구와 간병인의 손길이 필요했던 그의 모습이, 휴게소 화장실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북적임과 함께 오버랩됐다.
그 순간, 머리 속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물줄기를 뿜어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짜 행복이었다! 말 그대로 소. 확. 행. 소변을 보며 확실한 행복을 누렸다. '나름 건강한 상태' 그 자체만으로 진정한 행복이었다.
일상을 살아내다보면 "삶이란 건 도대체 뭘까?", "행복은 어디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과 뜻하지 않은 오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압박감을 느끼는 순간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소확행을 기억하면 될 것만 같다.
화장실 구석에서 슬픈 눈물을 삼키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적어도 소변기 앞에서만큼은 확실한 행복을 마음껏 누려보려 한다!
- '진짜 소확행' 을 품고 온, 8시간의 짧은 속초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