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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Pak Nov 25. 2016

교사의 즐거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찾는 행복.


1.

 3학년 부장님이 출장으로 교실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과 수업 시간을 바꾸어 제가 4교시에 수업을 하고 급식지도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4교시 영어수업이 끝난 뒤, 가방을 정리하고 급식을 먹으러 급식실로 출발했습니다. 보통 급식실에서 학생들은 선생님이 지정해준 구역의 테이블에 앉습니다. 학생들이 다 앉으니 테이블에 자리가 하나 남습니다. 제 자립니다. 그때, 제 맞은편에 앉은 남학생이 기쁨에 찬 얼굴로 하는 말.


"살다 보니 워..ㄴ어민...아니 영어선생님하고 밥도 먹네?!"


캬- 10살 남학생의 귀여운 재롱에 넘어갑니다. 오늘도 이 맛에 선생님합니다.


2.

 6학년 학생들이 그 유명한 디오니소스 동영상을 보았나 봅니다. 남학생 한 명이 들어오면서 하는 말.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디오니소스님!" (저는 이런 드립에 넘어갑니다.)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졌으니, 책임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 (두둥두둥두둥~ 영어책으로 에어기타)"

"후우~후~캬"


그 뒤로 저를 디오니스라고 부른 학생은 2 학기 내내 저를 디오니소스님이라고 부릅니다...(..)

숙제 안 해온 날엔, '디오니소스니이이임~ 제발~'하며 애원합니다...(..)


 학교일에 치이고, 수업 준비에 치이고, 말 안 듣는 녀석들에게 치이다가도 이런 재치 있는 농담에 언제 힘들었냐는 듯 학교가 다시 즐거워집니다. 참 신기하죠?ㅎㅎ 이런 재미에 선생님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교사라는 직업은 항상 모범을 보여야만 할 것 같고 도덕적이어야 할 것 같고 권위를 유지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저도 학생들과 이렇게 놀 때 진정 제 모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제 정신연령이 낮은 건 아닌가 혼자 의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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