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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Pak Dec 16. 2016

20161216 학교일기

교원 전문 학습공동체 운영.

  올해 초, 학교에서 교원 학습공동체의 조직을 장려하고 예산을 내려주었다. 공지가 나자마자 메시지를 돌렸다. 


  '보드게임 놀이학습연구 학습공동체를 모집합니다.'


  이 학교에 처음 발령받으면서 한 첫 일이 수학캠프 교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 방학 때마다 수학캠프 강사 또는 관리교사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학교육이 내 업무가 되었다. 수학교육을 담당하면서 수학교구실도 같이 관리하게 되었는데 이 업무가 나를 보드게임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수학교구 중에는 수학적 지식 함양을 위한 교구들도 있지만 논리력, 문제해결력, 순발력 등을 길러주는 보드게임도 많다. 4년째 수학교육을 담당하다 보니 자연스레 보드게임에도 정을 붙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학교 근처에는 훌륭한 보드게임 카페도 있어 동료 선생님들과 보드게임 카페에서 보드게임을 즐기면서 수학교구실에 비치할 새로운 보드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자발적인 교원 학습공동체를 만들라 하시니 선생님들과 함께 보드 게임과 친해질 기회가 있을까 싶어 공동체를 조직하게 되었다. 

  학습공동체 모집은 성공적이었다. 한 학급이 3, 4 학급밖에 안 되는 규모의 학교이고, 총 교원 수가 30명인 학교에서 우리 교원 학습공동체는 9명이나 참여 신청을 하였다.(무려 3분의 1!) 구성원도 2,3,4,5, 6학년에 계신 선생님들이 다양하게 들어오셨고 연령대의 범위도 넓어 평소 교류가 없던 선생님들과도 보드게임을 하며 소통할 수 있었다.

  학습공동체를 조직하고 고민하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학기 중에  담임 선생님들은 학급운영만으로도 하루가 벅차다. 수업, 숙제 확인, 생활지도, 상담, 수업 준비, 회의 등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고 선생님들끼리 다른 목표 아래 함께 모이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난다. 이런 와중에 학습공동체까지 참여하는 것은 선생님의 하루 일정에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이어서 자칫 선생님들의 학교 생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바쁜 학교 생활 중에도 오고 싶은 학습공동체, 기다려지는 학습공동체를 지향했고 다음의 두 가지를 모토로 하여 교원 학습공동체를 운영하였다. 


  첫째, 학습공동체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둘째, 공동체 활동 내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첫 번째 모토인 학습공동체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학습공동체 안에 의무적이고 부담이 되는 과제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꾸준한 참여를 독려하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모임 전 주에 메시지 한 번, 전날 한 번, 당일에 한 번. 이렇게 3번의 메시지를 보내며 학습 공동체 모임날이 있다는 것을 그때 그때 상기시켰다. 이렇게 함으로써 당일에 참여 못하는 사람들을 미리 알 수 있었고 모임 진행 인원이 채워지는 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우리 공동체는 구성원의 반이 참가하면 무조건 모이기로 하였다.) 두 번째, 공동체 활동 내에서 즐거움 찾기는 소재가 보드게임인 만큼 쉽게 해결되었다. 물론 보드게임에 경쟁적 요소가 들어있지만 우선적으로 흥미적 요소가 있기에 직접 게임을 시뮬레이션해보면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활동이 즐겁다 보니 게임 방법을 숙지하면서 각 보드게임에 별점을 매기고 어느 학년의 무슨 수업에 사용하면 적합할지 등을 논의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리고 학습공동체 모임이 끝나고 바로 그 날 학습한 교구를 교구실에서 빌려가 학년에서 돌려쓰기도 하는 등, 학습공동체에 참여하진 다른 학급과 학습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위의  두 가지를 생각하며 운영을 하니 운영을 계획한 내게도 부담이 없었고 마지막 모임에서는 업무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을 제외한 모든 선생님이 참여하셨다. 그리고 마지막 모임에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학습공동체에 참여한 것에 대한 작은 보상으로 소리 나지 않는 '안전 주사위'를 남은 예산을 사용해 모든 분께 나눠드렸는데 이 또한 호응이 좋았다. 

  일이 마무리된 지금 돌아보면 처음의 계획은 거창했다. 처음 계획된 내용 중에는 보드게임 설명을 영상으로 만들어 편집하여 다른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각각의 보드게임마다 별점을 부과화여 교구실에 있는 보드게임 정리함 앞에 설명지를 붙이는 것이었다. 애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모두 해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우며 내년에 같은 학습공동체를 운영한다면 보완하여 달성 가능한 목표로 수정해서 반영할 예정이다.

  전에 독서 교육 관련 연수를 들었을 때, 독서 토론 동아리가 잘 굴러가는지 아는 방법을 들은 적이 있다. 바로 동아리 활동 중 '웃음소리가 얼마나 나는 지'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동아리 활동 중 나는 웃음소리로 그 동아리의 분위기가 어떤지 짐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공동체도 활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였을 때 분위기는 공동체 학습모임 속에서 나는 웃음소리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년 초에 학습공동체를 계획하며 세운 목표들을 다 달성하지 못했지만 웃음소리 하나만큼은 어느 동아리 못지않게 컸다는 점에서 나름 만족스러운 결론이 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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