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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May 09. 2021

'엄마 손맛' 타령 좀 적당히 하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말 중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수는 이 세상의 어머니 수와 같다”는 말이다. 물론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음식을 성인이 되어서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서사에는 거의 대부분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던가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같은 신파 섞인 내용이 포함되게 마련이다. 화자는 주로 남성이고, 어머니를 향한 유아적 퇴행은 흔히 감동으로 포장된다.     


대중매체를 보면 가끔 그 퇴행이 과도한 나머지 같은 남성들마저도 혀를 차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일본 작가 타케무라 유지의 만화 ‘맛의 비밀노트’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 에피소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새우튀김 만화’라는 제목으로 아직도 회자된다. 


양식당 요리 견습생인 주인공에게 어느 날, 여자친구의 친언니가 급한 의뢰를 해 온다. 약혼자에게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겼다는 새우튀김을 서툰 솜씨나마 만들어줬는데 계속 퇴짜를 놓더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 남자, 튀김옷이 눅눅하다, 소스가 제 맛이 아니다 트집을 잡더니 결국은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거야!”라고까지 하며 행패를 부린다. 


이쯤 되면 여자도 학을 뗄 법 한데 착한 병에 걸린 건지 무슨 수를 써서든 그의 마음에 드는 새우튀김을 만들려고 애쓴다. 결국 주인공은 돌아가신 남자 어머니의 마요네즈 레시피를 어렵게 찾아내고, 두 사람을 화해시킨다. 그런데 가난하던 시절 만들어 먹였다는 붉은색 마요네즈는 이런 거였다. 


“붉은 파프리카를 코냑에 녹이고 소금과 백후추, 계란노른자와 레몬즙을 넣고 토마토 퓌레, 소금, 레몬즙, 백후추로 맛을 정리하고 생크림을 넣은 뒤 각종 향초를 넣는다”는 것. 이런 재료가 들어간 마요네즈를 어려웠던 시절에 만들어줬다니?? 심지어 남자는 마요네즈가 붉은색이었다는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억지 해피엔드가 작가도 맘에 걸렸던 것인지 “저런 마마보이 녀석을 뭐가 좋다고”라는 대사를 넣긴 한다. 아무튼 이 어이없는 만화 이야기는 잠시 뒤로 하고, 일본에서 새우튀김은 축하할 일이 있는 날에 만들어 먹는다는 클리셰가 있다.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서툰 솜씨로 만들어주는 도시락, 혹은 아이가 생일을 맞을 때도 새우튀김이 자주 등장한다. 


일단 새우라는 식재료는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게나 랍스터만큼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다. 머리를 제거하고 빵가루를 입혀 튀기면 갑각류 껍질을 귀찮아하는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다. 


하지만 한번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어머니는 과연 새우튀김을 좋아하셨을까? 사실 살림하는 주부에게 튀김 요리는 상당히 귀찮은 선택이다. 새우 머리를 떼내고, 튀김옷을 입히는 과정도 번거로운 데다 남는 기름이며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일이다. 정작 만드는 사람은 기름 냄새에 질려 얼마 먹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고, 어른들에게 콜레스테롤 많은 새우튀김은 마음 편히 먹기에 부담스런 메뉴다.


참고로,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핸드블렌더가 보급되기 전에는 마요네즈를 손으로 만드는 일도 보통 중노동이 아니었다. 노른자에 몇 방울씩 기름을 떨어뜨리며 섞는데, 자칫 양 조절을 잘못하면 노른자와 기름이 분리돼 버린다. 좀 더 고급스러운 맛이라고는 하지만 보존도 어렵다 보니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는 비효율적이다.


필자는 아주 나중에, 새우튀김에 곁들인다는 그 붉은 마요네즈가 실제로 있는 요리인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 보았다. 정확히 똑같은 레시피를 찾지는 못했지만 얼마 전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배우 류수영이 선보인 로메스코 소스와 상당히 비슷하다. 스페인 요리인 이 소스에는 파프리카 외에 아몬드와 다진 마늘이 추가된다.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추억이 깃든 요리는 분명 누군가에게 있어 최고의 맛일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 본인의 음식 취향을 궁금해 하는 이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어쩌면 엄마들은 아들 이상으로 짜장면을 좋아하셨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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