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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Feb 29. 2024

만만하지 않은 만두의 세계

타이베이 팀호완의 새우만두

옛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는 만두에 대한 고사를 유추하지 못해 1차 테스트에서 밀린다. 꼬맹이 때부터 고사를 꿰고 있던 장금이가 그걸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최악의 재료+밀가루 분실 등의 악재를 헤쳐 나가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보여주는 설정인 듯 하다. 다만 만두라는 음식이 3.8선 이남에서는 상당히 마이너한 메뉴였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6.25 이후, 북쪽 실향민들에 의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궁중요리 중에도 규아상이라는 여름 시식이 있긴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궁중요리 자료가 대부분 구한말 것이란 걸 감안하면....


어린 시절부터 우리집에선 설에 떡보다 만두를 더 많이 먹었다. 심지어 떡 없이 만두만 잔뜩 빚어 사골에 넣어 먹기도 했다. 엄마표 만두의 속재료는 돼지고기에 두부와 숙주, 부추 등이 기본이었고 생달걀을 깨 넣어 마무리했다. 잘게 다진 김치는 옵션. 이런 푸짐한 손만두에 익숙해서인지 자취하면서 종종 사먹은 냉동만두는 영 입에 맞지 않았다. 고기 양을 줄이려는 의도가 분명한 당면 뭉치와 알 수 없는 조미료의 자극적인 맛이 특히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종종 나는 시판 만두를 사먹고 나면 속이 울렁거리고 두통을 느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MSG 과민반응이었던거 같기도....사실 제대로 만든 만두는 꽤나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을 보면 이런 꼼수들이 이해 안가는건 아니다. 이연복 셰프는 몇년간 한국을 비운 사이 중국집 만두가 공장제 튀김제품으로 바뀌고, 딸려 나오는 서비스 메뉴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좌절했다고도 한다. 


중화권, 특히 남쪽 동네에 가면 딤섬집에서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만두를 맛볼 수 있다. 젤라틴 육수를 굳혀 피에 싸서 쪄낸다는 소롱포가 대표주자다. 상하이에서는 탕빠오라고 부르는데 오래전 자꾸 육즙을 쏟아버리는 나를 본 가게 점원이 몸짓으로 '살짝 깨물고 국물부터 쭉~'이라는 요령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피가 두툼한 탕빠오를 기름에 지진 셩젠빠오도 상하이의 별미 중 하나. 그밖에 게알을 넣어 농후한 맛이 나는 쇼마이나 따끈한 찐빵에 커스터드 크림이 든 디저트 만두, 달콤짭짤한 돼지고기가 통으로 씹히는 포자도 매력적이다. 현지에서 맛있는 만두를 고르는 요령은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보통 색이 요란하고 모양이 특이한 만두가 의외로 맛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바삭+고소한 군만두나 온갖 기교를 부린 중국식 딤섬에 빠진 적도 있지만 지금 나의 최애 만두는 돼지고기에 부추와 배추, 가끔 표고버섯 정도를 넣은 물만두다. 참고로 물만두를 맛있게 먹는 나만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삶아진 만두를 건져 재빨리 찬물에 헹구는 것. 이렇게 하면 만두를 적당히 식히는 효과도 있고, 만두피가 탱탱하니 탄력이 생겨 훨씬 씹는맛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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