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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Oct 05. 2024

디저트가 된 국수-그 시작점은?

면요리의 지평을 넓힌 다양한 조리법들

최근 가장 '핫한' 디저트를 꼽자면 역시 두바이 초콜릿이 있다. 이 초콜릿은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에서 내놓은 제품으로 물감을 흩뿌린 듯한 표면에 안에는 중동식 카다이프+피스타치오를 조합시킨 충전물이 들어있다. 이름도 낯선 이 카다이프는 실처럼 가느다란 국수로, 한 편의점에서는 이를 구하기 쉬운 소면으로 대체한 유사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위 사진이 바로 카다이프다.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에도 나온 것처럼, 면이라는 요리 형태는 중국에서 중동, 다시 유럽으로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손으로 식사를 하는 수식문화를 유지해온 중동에서 국수는 먹기 불편한 음식이었다. 오늘날 인도나 아랍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 파스타가 있다면 한국식으로 현지화된 식당이거나 관광객용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대신 이 사람들은 국수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데, 바로 디저트다.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인들은 아주 가느다란 면발을 얼음가루 위에 올리고 과일이나 장미시럽을 얹은 빙수 '팔루데'를 즐겨 먹는다. 이 요리는 '누들로드'를 만든 이욱정 피디가 방송을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향기로운 시럽의 풍미에 가는 국수가 색다른 식감을 선사한다. 

두바이 초콜릿에 영감을 준 디저트가 바로 이스라엘의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쿠니파'다. 카다이프면을 굽고 달달한 설탕물을 뿌린 후 피스타치오를 얹은 것. 끈적이고 바삭한 식감이 터키식 바클라바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밀가루 반죽에 비해 시럽이 틈틈이, 골고루 스며들어 한 입 물면 입안에서 달콤한 설탕물이 팡 터지는 듯 달달함이 폭발한다. 

국수 디저트는 중동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가 '임금님이 즐겨 먹던 간식'으로 잘못 알고 있는 꿀타래가 그 주인공으로, '용수당'이라는 이 캔디는 중국이 원조다. 엿과 같은 덩어리를 마치 수타면 치듯 가늘게 뽑아 국수처럼 만들고 안에는 견과류 등을 채워 넣는다. 입안에 넣으면 수염 부분은 사르르 녹아내리고, 고소한 견과류의 맛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 용수당에서 힌트를 얻은 듯한 디저트가 '요리왕 비룡'에도 등장하는데, 바로 특급주사 1차 경합 때 훼이가 내놓은'절세가인' 면이다. 실처럼 가는 국수를 튀겨 설탕을 뿌린 과자의 일종.


 

국수를 튀김으로 만든다는 발상은 얼핏 낯설게 느껴지지만, 의외로 디저트가 아닌 메인요리에도 종종 쓰인다. 위 사진은 나가사키에서 먹었던 '사라우동'인데. 가느다란 면발을 바삭하게 튀긴 후 녹말 베이스의 뜨거운 소스를 올린 것이다. 탕수육의 고기를 면으로 대체한 느낌인데 소스의 수분이 스며들어 먹다 보면 면발이 부드러워진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가장 흔하게 먹는 국수도 튀김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바로 국민메뉴 라면!! 과거 중국에도 튀김면을 비상식량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곧 산패되기 때문에 널리 퍼지지는 못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대만 출신의 일본 화교 안도 모모후쿠는 튀긴 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익힌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그것이 바로 라면의 시작점이다. 


인류와 오랜 세월 함께해 온 국수는 문화권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했으며, 디저트에서 튀김까지 그 변신의 폭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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