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jin Jeung Aug 23. 2015

빵조각도, 금메달도 적당해야 최고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리뷰

식사를 할 때는 배가 완전히 차지 않도록, 조금 아쉬울 때 수저를 놓는 것이 건강해지는 비결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한입만 더’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음식 뿐 아니라 부와 명예 등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지점에서 욕심을 못 이겨 폭주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주인공 플린트에게는 그 가치가 ‘명예’였다. 감독은 플린트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왜 발명에 집착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 설명한다. 


흔히 ‘너드’로 불리는 소심하고 내향적인 성격의 플린트는 어릴 적부터 발명을 통해 친구들과 가족, 선생님에게 인정받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늘 좋지 못해 뿌려서 신는 스프레이 신발 같은 그의 발명품들은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만 산다. 


어른이 된 플린트는 여전히 발명에 목을 맨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물을 음식으로 바꾸는 기계를 발명하지만 기계는 구름 속으로 날아가 버린다. 또 다시 실패라며 실망하던 플린트 앞에 먹음직스러운 햄버거 하나가 떨어진다. 


특산품인 정어리 이외에는 먹을 것이 풍부하지 못했던 마을 사람들은 기계가 만들어내는 스테이크와 아이스크림, 팬케이크와 베이컨 에그에 열광한다. 지붕 없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받아먹는 사람들. 조용하던 마을은 활기를 띠고 관광객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이 정도 단계에서 음식 만들기를 줄였다면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 많은 음식을 요구하는 시장과, 플린트 자신의 공명심이 합쳐지자 기계는 조금씩 위험한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스파게티는 회오리바람이 되어 마을을 덮치고, 댐에 가둬둔 음식물들은 폭포처럼 흘러나와 사람들을 위협하게 된다. 


아버지와 기상 캐스터 샘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음식 지옥’을 막아낸 플린트. 그러나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했던가. 2편에서 그는 다시 공명심에 눈이 멀어 음식 기계를 찾아내려는 일당에게 이용당한다. 결국 플린트를 구원하는 것은 자신의 숭배자가 아닌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이다. 


1편에 등장하는 ‘음식 쓰나미’가 절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푸드 몬스터가 나오는 2탄은 과도한 명예욕의 위험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벗어난다는 줄거리는 사실 지극히 평면적이다. 하지만 편식하거나 잘못된 식습관을 가진 자녀에게 음식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다면 이만한 교재도 드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엘리제궁의 요리사를 만나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