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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Aug 22. 2015

엘리제궁의 요리사를 만나보세요.

'거품'을 걷어낸 프랑스 요리의 소박함

한국에서 프랑스 요리라고 하면 ‘비싸고 느끼한 요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편견이 생겨난 이유는 제대로 된 프랑스 가정식을 접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데다, 미디어 등을 통해 프랑스 요리라는 이미지에 거품이 과도하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도 사람 사는 곳인만큼 일반 가정에서 먹는 요리는 매우 수수하며, 국토가 넓다 보니 특색 있는 지방 요리들이 발달해 있다.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를 보면 거품을 걷어낸, 소박하고 정감 있는 프랑스 요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요리의 일반적인 특성을 꼽자면 생크림과 버터가 많이 쓰인다는 것이다. 버터의 종류만 해도 특유의 시큼한 향이 나는 발효 버터, 끓여서 맑은 층만을 걷어낸 버터 등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요리 만화 ‘맛의 달인’에서도 “일본인이 사용하는 간장만큼 프랑스에는 다양한 버터가 존재한다”는 언급이 나온다.    


한국 사람들이 프랑스 요리 하면 떠올리는 것이 치즈와 와인일 것이다.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요리에 직접 쓰이기도 하고, 식사에 반드시 곁들이는 필수품이다. 400종류가 넘는다는 치즈는 마치 우리의 김치처럼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식이며, 지방마다 특색 있는 치즈들이 만들어진다.  


이원복 교수의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에는 프랑스에서 물로 끓여낸 요리는 싸구려 취급을 받는다는 언급이 나온다. 적은 재료를 가지고 양을 불리려는 것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해먹는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물 대신 와인으로 끓인 코코뱅이나, 고급 해산물이 들어간 부야베스 등은 예외로 취급된다. 


조금 더 첨언하자면, 맹물로 끓여낸 국물 요리는 외면받지만 진하게 우린 치킨 스톡이나 퐁드보, 혹은 와인으로 끓였다면 전혀 다른 요리로 대접받는다. 가령 겨울철에 흔히 먹는 '숲 아 로뇽(양파 스프)'은 바싹 볶은 양파에 화이트 와인을 아낌없이 넣고 닭육수로 맛을 낸다. 이렇게 하면 와인의 향에 닭고기의 풍미, 육수에 쓰인 각종 허브의 맛이 어우러지며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지역색이 강하며, 다양한 요리가 존재한다는 것도 프랑스 요리의 명성을 드높인 요인이다. 이 중에서도 한식의 전라도 음식처럼, 맛이 상대적으로 진하고 화려한 메뉴가 많은 곳이 부르고뉴 지방이다. 꼬꼬뱅과 비프 부르기뇽 같은 와인 요리가 태어난 곳도 이곳이며, 프랑스 요리 하면 떠오르는 에스카르고와 스튜의 일종인 포토푀, 프와그라 등이 있다. 


반면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지방의 음식은 사과주인 시드르와 칼바도스, 생굴, 크레이프 등 비교적 소박한 요리들이 많다. 프로방스 지방에서 유래했다는 라따뚜이는 여름 야채를 듬뿍 넣어 끓인 우리네 된장찌개 같은 서민요리이다.  참고로 이 라따뚜이는 많이 만들었다가 냉장고에 넣어두면 빵에 얹어 먹을 수도 있고 샐러드에 첨가하는 등 쓰임새가 많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수도인 파리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감자튀김을 곁들인 스테이크라는 것이다. 이 단순한 메뉴는 화려한 프랑스 요리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결국 어느 나라나 일반인들이 먹는 요리는 격식을 굳이 따지지 않으며 소박한 특성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에서 여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요리들은 연어로 속을 채운 양배추, 허브를 뿌린 양갈비 구이, 스프의 일종인 차우더 등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아마도 대부분이 낯선 메뉴이겠지만, 할머니 레시피의 요리를 먹으며 기뻐하는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은 평범한 우리네 이웃과 다를 게 없어 친숙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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