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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뭐먹지?]조지워싱턴과 호케이크

by Sejin Jeung


1783년 9월 3일은 미국 독립전쟁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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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전쟁을 이끌고 첫 번째 대통령이 된 조지워싱턴의 최애 음식은 생각보다 꽤 검소하다.


남부인 벌지니아버지니아 출신인 그는 남부에서 흑인 노예들이 주로 먹던 호케이크(Hoe cake)를 매일 아침 먹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호케이크의 주재료는 옥수수가루다. 재배가 쉬운 옥수수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가성비 넘치는 식량이기도 했다.


레시피도 간단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옥수수가루와 물을 섞어 구워내기만 하면 끝. 마땅한 조리도구가 없었던 노예들은 쟁기에 호케이크를 구웠다.


곡물 반죽을 둥글납작하게 부치는 팬케이크 종류는 어느 문화권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간단하기 때문.


식용유와 밀가루가 귀했던 한반도에서 부침개는 그닥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반면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중화권에서는 크레이프처럼 얇게 부친 반죽에 달걀과 다진 쪽파, 매운 양념 등을 얹은 '지엔빙'이 유명하다.


프랑스에서는 메밀가루가 포함된, 브루타뉴 지방에서 비롯된 크레이프를 자주 먹는다. 버터와 우유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소설 '집없는 아이'에서 레미는 기르던 암소를 처분한 후 명절인 마르디 그라에 크레이프를 포기해야 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하는 메밀 팬케이크도 아마 얇은 형태였을 것이다. 백인 주인들이 잔치를 즐기는 동안 노예들이 먹는 메뉴로는 옥수수가루로 간단히 구운 호케이크가 포함됐다.


서양문명을 열심히 따라하던 일본에서 팬케이크는 또 다른 형태로 발전했다. 수플레에 가깝게 두툼한 모습이 된 것.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팬케이크 종류는 얇은 쪽을 선호한다. 한때 홍대 인근에서는 과일이며 크림을 잔뜩 넣은 SNS 비주얼의 크레이프가 유행했는데, 그보다는 한 가지 토핑만을 얹은 쪽이 나은 듯 하다.


설탕+버터+레몬즙 조합은 보기엔 수수하지만 극강의 조합이라고 생각된다. 조지 워싱턴이 즐겼다는 호케이크에도 시럽과 버터가 듬뿍 올라갔다고 하니 미국의 초대 대통령은 알고보면 '맛잘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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