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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Jun 24. 2015

나의 토마토 연대기

소스에서 샐러드까지, 무궁무진한 활용도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주인공이 한여름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따 먹으며 갈증을 달래는 모습이 나온다. 금방 따낸 토마토는 시중에서 파는 것에 비해 당도가 높다고 한다. 소금물에 껍질 벗긴 토마토를 재워 토마토홀로 만든 다음 갖가지 요리에 응용하는 것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서양 뿐 아니라 많은 문화권에서 토마토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며, 이는 과일인지 채소인지 모호한 존재감 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토마토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614년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나온다. 이름은 남만(포르투갈)에서 온 감이라는 뜻으로 '남만시'라고 표기돼 있다. 토마토를 감에 비유하다니 언뜻 생각하면 납득이 안가는 명칭이다. 아마 빨갛게 익은 모습이 홍시와 비슷해 붙인 이름이 아닐까. 한편 일본에서는 토마토를 '네덜란드 가지'라는 뜻의 '오란다나스'로 불렀다고 한다. 토마토가 가짓과 식물인 것을 생각하면 나름 적절한 명칭인 듯.....


유럽인들은 남미에서 전래된 토마토를 관상용으로 길렀을 뿐, 먹게 된 것은 한참 후라고 한다. 이수광이 살던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먹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신 중화일미(요리왕 비룡)'라는 만화를 봐도 19세기 동아시아에서 토마토는 낯선 열매로 묘사되고 있다. 다만 웹툰작가 유승진의 '도문대작'에서는 허균이 이수광에게 남만시 요리를 맛보게 해준다며 여자 주인공에게 스파게티를 만들라고 주문하는, 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토마토를 주로 요리에 썼던 서양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요즘도 설탕을 뿌려 과일처럼 먹는 사람들이 많다. 비타민 B가 파괴되어 좋지는 않다고 하나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한 설탕 뿌린 토마토는 달찌근하면서 새콤한 것이 입맛을 돋운다. 하긴 국산 토마토는 수분이 많은데다 맛이 진하지 않아 요리용으로는 부적당한 면이 있다.


요리에 한창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자취생 초년병 시절, 필자는 국산 토마토로 집에서 만든 소스는 왜 깊은 맛이 나지 않는지를 두고 고민한 적이 있다. 요리용 토마토를 통조림에 넣어 파는 토마토홀이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파는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개발한 방법은 소스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가미하는 것이었다. 페이스트를 넣으면 토마토의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혹은 우스터 소스를 넣을 때도 있다.  그리고 깊은 맛을 내게 해 주는 치킨 스톡과 월계수잎, 바질 같은 향신료는 요리 신세계를 열어 주었다. 지금은 그래도 완숙 토마토가 흔해져서 예전처럼 밍밍한 맛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토마토로 반찬을 만들 수도 있다. 만화 '어제 뭐 먹었어?'의 주인공 시로는 토마토에 소금과 다진 마늘, 치킨 스톡, 참기름 등을 넣어 한국식 샐러드를 만든다. (그런데 이게 어디가 한국식이라는 건지...) 필자 버전으로는 간장과 다진 쪽파, 다진 마늘과 참기름을 넣는다... 의외로 산뜻한 것이 먹을만하다. 이 만화에서는 토마토와 참치 통조림 등을 섞어 만든 토마토 참치국수라는 메뉴도 등장하는데 맛도 좋고 영양가도 있는 한끼 식사로 좋다.

토마토 참치국수

토마토 참치국수 레시피는 아래 링크..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ittlechef&logNo=80167903784&categoryNo=20&parentCategoryNo=0&viewDate=&currentPage=4&postListTopCurrentPage=&userTopListOpen=true&userTopListCount=5&userTopListManageOpen=false&userTopListCurrentPage=4



그밖에도 토마토 속을 파내고 안에 야채 샐러드나 각종 고명을 넣어 구우면 근사한 그라탕식의 요리가 된다. 토마토에 양파와 마늘, 피망과 식빵을 넣어 믹서에 갈면 스페인 사람들이 여름철 스테미너식으로 즐긴다는 '가스파쵸'를 만들 수 있다. 이 요리는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맛있게 먹는 메뉴여서 다이어트식으로 좋으며, 여름에는 차갑게 해서 소면에 비벼 먹어도 맛있다.  


선드라이드 토마토도 꽤 많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인기 메뉴다. 필자는 최근 선드라이드 토마토 만들기를 시도했는데, 우리나라 기후는 선드라이드 토마토가 주로 생산되는 지역보다 습하기 때문에 햇볕에만 말리기가 쉽지 않다. 중간중간 곰팡이가 핀 것을 버리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일단 수분이 많은 씨는 제거하고, 소금을 뿌린다. 삼투압 현상으로 물이 생기면 키친타월로 닦아주면 된다. 결론은....100도씨 정도 오븐에 말리는 게 가장 품이 적게 든다는 거. 어쨌거나 한병 분량은 확보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 다 말려진 토마토는 쫀득하면서 단맛이 강해지고, 치즈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올리브오일을 붓고 말린 허브를 넣어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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