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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Jun 23. 2015

전통음료의 멀티플레이어, 오미자

여름 입맛을 살려주는 다섯가지 맛의 열매

강릉 단오제가 메르스 때문에 취소됐다고 한다. 단오제 하면 필자는 꼭 생각나는 음료 하나가 있다. 바로 오미자와 천문동 등을 섞어 만든 건강음료 '생맥산'이다. 여름철 원기를 북돋워주는 음료라고 하며 가격은...상당히 비싼 편이다. 이 생맥산은 지나치게 달지 않은데다 새콤한 맛이 나서 갈증을 씻어 주는 데 최고였다. 그리고 나중에야 그 색다른 맛의 주연이 바로 '오미자'임을 알게 됐다.


짜고, 달고, 맵고, 시고, 쓴 다섯 가지 맛을 지녔다고 해서 오미자라고 불리는 이 열매는 그대로 먹는 일은 드물고 보통 꿀이나 설탕을 넣은 '청'으로 만들어 먹는다. 오미자청은 인터넷 쇼핑몰같은 곳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설탕이 지나치게 들어간 것이 많아 보통은 직접 우리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말린 열매를 찬물에 하룻밤 담가 두면 발그레한 빛깔의 즙액이 샘솟는다.


갈증 해소와 피로 회복에 좋다는 오미자는 전통 음청류에서 말 그대로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다. 건강에 좋은데다 분홍색 국물이 시각적으로 예쁘기 때문이다. 오미자국을 이용한 음료로는 우선 진달래로 만든 진달래 화채가 있다. 진달래의 꽃술을 떼어낸 후 녹말가루를 묻힌 후 살짝 데쳐낸다. 이것을 시원한 오미자 국물에 띄우면 봄철 별미인 진달래 화채가 된다.


보리수단도 유명하다. 보리수단은 보리알에 녹말을 묻혔다가 끓는 물에 데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이다. 이렇게 해서 보리알이 작은 콩 크기 정도로 커지면 오미자 국물에 띄운다.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고급 음료로 각광받았다고 한다. 그밖에 배, 장미꽃, 앵두 등 다양한 재료들이 화채에 사용되며, 녹말가루를 국수처럼 만든 것을 넣기도 하는데 이 화채는 '화면', 즉 꽃국수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다.

 
마트 같은 곳에 가면 주로 말린 오미자를 팔고 있지만 생 열매를 보려면 제철인 8~9월 청량리 농산물 시장을 찾으면 된다. 보석처럼 새빨간 열매들이 가게 하나하나마다 즐비하게 쌓여 있는 것이 경이롭게까지 느껴진다.


음료로만 주로 알려진 오미자이지만 녹말을 넣어 젤리처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잼도 만들 수 있다. 오미자의 주 산지인 문경 지역에서는 오미자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를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미로제는 톡 쏘는 신맛과 기포가 조화를 이루며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있을 법한 맛을 지니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콜라나 사이다 같은 자극적인 맛의 음료가 물린다면 시원한 오미자차 한 잔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다만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오미자 음료 중에는 오미자 외에 다른 성분이 들어간 것이 많으니 기왕이면 직접 만들어 마시거나 오미자청을 구입, 조금씩 찬 물에 타 마시는 것을 권한다.


참고로 한나 작가의 웹툰 '차차차'에는 일본 유학 중 자신감을 잃고 괴로워하는 친구를 위해 직접 만든 오미자청을 보내 주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쓰고, 달고, 맵고, 시고, 짠 오미자의 맛은 왠지 우리네 인생과도 비슷한 것 같다.

오미자국에 녹말 국수를 넣어 만든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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