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jin Jeung Jun 23. 2015

전통음료의 멀티플레이어, 오미자

여름 입맛을 살려주는 다섯가지 맛의 열매

강릉 단오제가 메르스 때문에 취소됐다고 한다. 단오제 하면 필자는 꼭 생각나는 음료 하나가 있다. 바로 오미자와 천문동 등을 섞어 만든 건강음료 '생맥산'이다. 여름철 원기를 북돋워주는 음료라고 하며 가격은...상당히 비싼 편이다. 이 생맥산은 지나치게 달지 않은데다 새콤한 맛이 나서 갈증을 씻어 주는 데 최고였다. 그리고 나중에야 그 색다른 맛의 주연이 바로 '오미자'임을 알게 됐다.


짜고, 달고, 맵고, 시고, 쓴 다섯 가지 맛을 지녔다고 해서 오미자라고 불리는 이 열매는 그대로 먹는 일은 드물고 보통 꿀이나 설탕을 넣은 '청'으로 만들어 먹는다. 오미자청은 인터넷 쇼핑몰같은 곳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설탕이 지나치게 들어간 것이 많아 보통은 직접 우리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말린 열매를 찬물에 하룻밤 담가 두면 발그레한 빛깔의 즙액이 샘솟는다.


갈증 해소와 피로 회복에 좋다는 오미자는 전통 음청류에서 말 그대로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다. 건강에 좋은데다 분홍색 국물이 시각적으로 예쁘기 때문이다. 오미자국을 이용한 음료로는 우선 진달래로 만든 진달래 화채가 있다. 진달래의 꽃술을 떼어낸 후 녹말가루를 묻힌 후 살짝 데쳐낸다. 이것을 시원한 오미자 국물에 띄우면 봄철 별미인 진달래 화채가 된다.


보리수단도 유명하다. 보리수단은 보리알에 녹말을 묻혔다가 끓는 물에 데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이다. 이렇게 해서 보리알이 작은 콩 크기 정도로 커지면 오미자 국물에 띄운다.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고급 음료로 각광받았다고 한다. 그밖에 배, 장미꽃, 앵두 등 다양한 재료들이 화채에 사용되며, 녹말가루를 국수처럼 만든 것을 넣기도 하는데 이 화채는 '화면', 즉 꽃국수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다.

 
마트 같은 곳에 가면 주로 말린 오미자를 팔고 있지만 생 열매를 보려면 제철인 8~9월 청량리 농산물 시장을 찾으면 된다. 보석처럼 새빨간 열매들이 가게 하나하나마다 즐비하게 쌓여 있는 것이 경이롭게까지 느껴진다.


음료로만 주로 알려진 오미자이지만 녹말을 넣어 젤리처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잼도 만들 수 있다. 오미자의 주 산지인 문경 지역에서는 오미자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를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미로제는 톡 쏘는 신맛과 기포가 조화를 이루며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있을 법한 맛을 지니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콜라나 사이다 같은 자극적인 맛의 음료가 물린다면 시원한 오미자차 한 잔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다만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오미자 음료 중에는 오미자 외에 다른 성분이 들어간 것이 많으니 기왕이면 직접 만들어 마시거나 오미자청을 구입, 조금씩 찬 물에 타 마시는 것을 권한다.


참고로 한나 작가의 웹툰 '차차차'에는 일본 유학 중 자신감을 잃고 괴로워하는 친구를 위해 직접 만든 오미자청을 보내 주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쓰고, 달고, 맵고, 시고, 짠 오미자의 맛은 왠지 우리네 인생과도 비슷한 것 같다.

오미자국에 녹말 국수를 넣어 만든 화면


 

작가의 이전글 감자 먹기 좋은 날...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