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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Feb 21. 2017

'명사들의 식탐일기'가 책으로 나왔어요!

도서출판 파피에, 정세진 저

http://www.yes24.com/24/goods/36068316?scode=032&OzSrank=1

그들이 사랑한 것은 혀끝에 감긴 음식의 맛이 아니라 아스라한 기억과 끝없는 그리움이었다! 

화려한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가 즐겼던 아티초크, 
음악의 아버지 바흐를 사로잡은 ‘이슬람의 음료’ 커피, 
디킨스가 차린 크리스마스 만찬 식탁에 오른 트웰프스 케이크와 플럼 푸딩, 
1950년대 유럽의 한국인 유학생 전혜린이 잊지 못한 헝가리언 굴라시, 
아름다운 배우 오드리 헵번을 구해준 초콜릿,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맥주……. 

‘눈물 젖은 빵’의 시대에서 식탐의 시대로 

프랑스의 유명한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먹는 것을 나에게 말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음식’은 어떤 사람을 규정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명사들은 어떤 음식에 왜 취했을까.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그야말로 미식의 시대다. 세상이 글로벌화되면서 식탁도 글로벌화되어 이제는 우리 한식이나 중식, 일식, 이태리식뿐만 아니라 동남아, 인도, 멕시코, 북유럽 음식들까지 낯설지 않게 된 세상이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듯이, 오랫동안 음식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조건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음식을 생존을 넘어 탐하는 대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식탐일기]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맛있는 음식 속에 담긴 파란만장한 사람들의 이야기, 희로애락이 담긴 한 그릇의 음식과 한 잔의 음료가 전하는 색다른 역사 이야기다. 운치에 죽고 운치에 살았던 조선 선비 송강 정철의 못 말리는 술 사랑,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몰아서 글을 쓰고 폭식과 폭음을 일삼았던 발자크, 여자들끼리 갖는 티타임의 수다에서 인생의 본질을 발견한 제인 오스틴의 홍차 한 잔, 음악가로서만큼 미식가로 유명했던 로시니를 울게 한 음식, 빅토리아시대 영국 음식 문화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 찰스 디킨스의 명작들, 우아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우 오드리 헵번이 사랑한 초콜릿과의 인연 등, 역사 속 인물 26명의 어깨 너머로 그들의 식탁을 훔쳐보면서, 그들의 삶과 그들이 사랑한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애틋한 감정까지를 추적한다. 

‘혼밥’하는 왕비, ‘이교도의 음료’를 사랑한 음악가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사람은 16세기 이탈리아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앙리 2세의 왕비로 프랑스로 시집온 당대 최고의 ‘엄친딸’ 카트린 드 메디치다. 서양 음식의 역사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존재인 카트린 드 메디치는 당시 음식 선진국 이탈리아의 ‘선진적인’ 음식 문화를 프랑스에 전수한 당사자였다.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던 프랑스 궁정의 식탁에 포크를 올린 것도 그녀였다. 
자신의 결혼식날 하이힐을 신을 정도로 패셔니스타였던 그녀는 포크와 셔벗, 마카롱 같은 음식 이외에도 향수, 발레 등 고급스러운 문화를 프랑스에 이식한 전파자로서 역할을 다했다. 그런 그녀가 사랑했던 음식은 수탉의 볏과 신장, 그리고 아티초크의 심이었다. 고급스럽고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권력의 한가운데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정작 남편의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자식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녀의 식탁은 산해진미는 산더미같이 쌓여 있으나 ‘혼밥하는’ 식탁이었다. 
바로크 음악의 대가로 ‘음악의 아버지’로까지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사랑한 음료는 이교도인 이슬람의 음료인 커피였다. 이슬람의 땅에서 태어나 유럽까지 건너온 커피는 수많은 권력자들과 예술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 이교도의 음료에게 세례를 주겠다.”며 교황의 공식적인 인정까지 받는다. 
수많은 교회음악과 칸타타 등 종교음악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는 바흐 역시 커피의 매력에 빠진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바흐의 커피 사랑은 [커피 칸타타]를 작곡한 데서 드러난다. 커피를 사랑하는 딸과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려는 아버지의 갈등을 그린 이 작품에서 당시의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 남녀차별이 심하던 18세기에 라이프치히의 커피하우스에 여성은 출입할 수 없었고, 커피를 마시면 불임이 된다는 등의 루머까지 돌았다. 커피하우스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사회 변혁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앙시앵 레짐 말기의 프랑스 지식인들이 파리의 커피하우스에 모여 토론을 벌이며 혁명의 불씨를 피웠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커피 칸타타]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으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여성들에게 금기시되던 ‘커피’를 쟁취하려는 ‘개혁적인’ 딸의 대결은 재치 있는 딸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12첩 반상보다 풍성한 이야기의 식탁이 차려지다 

지은이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명사들이 사랑했던 음식”이다. 지은이는 “‘녹색의 요정’으로 불리던 마성의 술 압생트나 아랍에서 전래돼 기독교로 ‘개종’한 커피, 옛 우리 조상들의 고픈 배를 채우고 망국의 한조차 잊게 한 메밀 등은 인간과 함께하면서 때로는 한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라고 음식과 사람의 관계를 규정한다.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음식의 역사도 계속될 것이다. “다채로운 인류의 역사를 써 나가는 데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줄 12첩 반상 음식 이야기가 펼쳐져 있는 [식탐일기], 숟가락을 들고 책장을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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