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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Mar 09. 2019

2% 아쉬웠던 연말 제주 먹자여행

보말죽 돔베고기 고기국수 전복밥...etc.. 

제주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빨간 열매 먼나무

연말을 틈타 후쿠오카 여행을 계획했으나... 남표니의 휴가일정이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우리가 갈 수 있는 날짜의 비행기표는 ㅎㄷㄷ한 가격으로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아쉬운대로 자동차 시승기도 쓸 겸 제주도로 일정을 변경했다. 제주도는 초등학교때 한번, 고등학교때 수학여행으로 또 한번 갔었는데 아쉽게도 제주 음식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처음 갔을때는 입이 짧아 못 먹는 음식이 너무 많았고,  고등학교 땐 몇십만원씩 걷어 호화 수학여행 가는 사립학교가 아니었던지라...(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무튼 이번에는 제대로 제주 먹방을 찍자고 결심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도착 후 주린 배를 붙잡고(?) 찾아간 중문 부근 고기국수 전문점. 메뉴 수가 많지는 않은 작은 식당이었다. 남편은 고기국수를, 나는 보말죽을 시키고 돔베고기를 추가했다. 고둥의 일종이라는 보말은 제주 음식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듯 싶다. 사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고소한 향이 어설프게 끓인 전복죽보다 오히려 낫더라는... 죽만으로 충분히 배가 부를 정도로 양도 넉넉했다. 곁들여 나오는 깍두기는 젓갈류를 거의 안 넣었는지 맛이 깔끔한 편이다. 

이것이 바로 고기국수. 블로그 리뷰 등을 보면 돈코츠라멘하고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사실 돈코츠보다는 돼지국밥 국물이나 사골육수에 가까운 맛이다. 돈코츠라멘 국물에 다소 기름기가 남아 있는 것과 달리 얘는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든다. 진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밍밍하게 여겨질수도..쫀득한 면발과 제대로 삶은 수육의 조화가 훌륭하다. 

사이드로 시킨 돔배고기. 조금 비쌌는데 시키기 잘했다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왼쪽에 있는 파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푹 삶아 담백하면서도 적절히 지방이 붙어 있어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하다. 여기에 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딱일듯.. 후식으로 박하사탕 대신 놓여 있는 귤 몇개를 먹으며 제주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프로모션 덕에 공짜로 제공받은 호텔 조식. 스푼에 들어 있는건 제주 감귤 마말레이드다. 맛은 있으나 문제는 양이..ㅠㅠ 둘다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들어서 편의점 음식을 추가로 사왔다. 그리고 사실 음식 취재여행때 현지 음식을 하나라도 더 먹으려면 호텔 조식은 아깝더라도 패스하는게 좋음. 

둘쨋날 여미지식물원 가는 길에 들린 식당에서의 점심. 1인당 만원에 각각 흑돼지 두루치기와 옥돔구이가 메인 반찬으로 나오고 성게미역국이 곁들여진다. 다만 미역국은 성게가 살짝 수영하다 나온 수준이라는...옥돔은 바싹 구워서인지 바삭바삭하고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허나, 생물은 아닌 듯 하고 신선한 흰살생선 특유의 담백한 맛과 풍성한 살점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물 좋은 옥돔을 만나고 싶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제대로 하는 곳에서 먹기를 추천한다. 흑돼지 두루치기는 적절한 양념에 감칠맛이 굿~ 2박3일 다녀보니 확실히 제주 돼지가 맛있긴 맛있구나 싶다. 

여미지식물원과 건축학개론 서연의 집 등을 둘러보고 마지막 밤, 매일올레시장에서 2만원어치 도미+방어회를 떠 와서 한라산 소주와 곁들여 먹었다. 참고로 매일올레시장은 저녁시간이 되면 엄청나게 붐비니 가능하면 낮에 가는게... 주차 공간도 넉넉하지 않아 왠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구경할 거리는 꽤 많으나 전반적으로 가격은 크게 저렴한 편은 아니다. 


원래 계획은 마지막 날 점심으로 '랑지다'에서 딱새우 요리를 먹는 거였으나... 월요일 휴뮤...ㅠㅠ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하고 예쁘니 데이트 코스로 가면 좋을듯하다) 급히 검색을 통해 찾은 가게가 전복뚝배기와 전복솥밥 전문점이었다. 의외로 얻어걸렸다 싶었던게, 바로 이 전복솥밥이 제주에서 먹었던 음식들 중 가장 인상에 남는 메뉴였던...  전복 양식장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라 15000원이라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전복 한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솥밥을 먹을 수 있다. 전복죽이 맛에 비해 조금 허전한 느낌이라면 전복솥밥은 든든한 한끼를 먹었다는 충족감이 든다. 먹고 난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맛도 별미~ 이 맛에 꽂힌 나는 서울 와서 1인용 가마솥을 구매하려고 했으나 가격땜에 좌절...ㅠㅠ

서울로 돌아오기 직전 공항에서 맛본 성게미역국. 만원 가격에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을만큼 성게가 꽤 들어 있지만 아무래도 제철이 아니라 그런지 특유의 진한 맛은 나지 않았다. 제주 음식이 전반적으로 간이 심심한 편이기도 하고..사실은 몸국이라던가 쉰다리, 뭐 이런 토속적인 메뉴를 맛보고 싶었으나 정보도 부족하고 일정이 짧은 탓에 조금 아쉽게 여행을 마무리했다. 제주에 지인이 있었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던..다음에 올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상세하게 탐색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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