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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Mar 04. 2019

식혜와 감주, 뭐가 다른걸까?

한국과 일본의 비슷한 듯 다른 두 음료

설 연휴, 기름진 명절 음식에 질릴 무렵 마시기에 딱 제격인 음료가 식혜이다. 

살얼음이 낀 차가운  식혜를 한 그릇 떠 와서 마시면 시원하기도 하려니와 엿기름의

소화효소 덕분인지 더부룩했던 속도 어느 순간 편안해진다. 

그런데 이 식혜란 이름은 은근히 혼동이 되곤 한다. 생선에 좁쌀을 넣고 삭힌 '식해'와도

헷갈리고, 경북 안동 지방에 가면 잘게 썬 무와 고춧가루를 곁들인 물김치 같은 음료를

식혜라고 부른다. 식혜를 '감주'라고도 부르는데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식혜와 감주는 다른 음료이다. 식혜는 쌀밥을 엿기름으로 삭혀서 만들며

식혜를 오래 고으면 엿이 된다. (아무래도 엿기름만으로는 단맛을 내기에 부족했는지 

오늘날 식혜 레시피를 보면 엄청난 양의 설탕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식혜와 동의어처럼 쓰이는 감주는 사실 엿기름이 아닌 누룩으로 쌀밥이나 죽을 발효시켜

만드는 것으로, 발효가 조금 더 진행되면 알코올이 생성돼 막걸리가 된다. 

오래 전 나는 '아빠는 요리사'라는 만화에서 여자 아이들의 명절, 히나마츠리에 

감주를 만드는 장면을  보게 됐다. 일본식 감주는 다르구나...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누룩을 이용한 감주는 한국에도 있다고 한다. 다만 어쩐 이유에선지 요즘은

감주가 곧 식혜를 가리키게 된 것. 보리밥을 삭혀 만드는 제주 지방의 쉰다리나 

전라도 지역의 해장술이라는 모주가 한국식 감주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식혜가 무알콜 음료라면 감주는 아주 낮은 도수의 알코올이 함유돼 있으며, 

이 때문에 일본 만화에서는 어린이나 여성이 감주를 마시고 취하는 설정이 나오곤 한다.

일본 감주, 아마자케를 처음 맛본 것은 2010년경의 일이다. 후쿠오카 인근

다자이후를 방문했다가 날이 추워 생강을 넣어 파는 따끈한 감주 한잔을 마셨다.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살짝 새콤한 맛이 식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몇 년 전,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나는 생전 처음 감주 만들기에 도전했다. 

경동시장에서 누룩을 사다가 살짝 식힌 죽에다 섞고 따뜻한 곳에 두었다. 

발효가 되고 달달한 맛이 나긴 했는데.... 영화에서처럼 뽀얀 색이 아니라 모주와

비슷한 갈색의 감주가 만들어졌다. 알고 보니 쌀로 만든 입국을 사용해야 했던 것...ㅠㅠ

3월 3일 히나마츠리에는 감주 외에 화려한 고명을 얹은 치라시 스시와 대합국

등을 명절 음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날도 따뜻해졌으니 이번엔 입국으로 감주를

담가 볼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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