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에는 보이지 않는 서열이 있다

도마 위의 생선처럼 난도질을 기다리는 일

by 최선

한 바탕 울고난 다음 날 교무실 문을 열었을 때, 어제와는 다른 무거운 공기가 나를 반겼다. 교무실의 공기는 이 있었다. 누군가는 당당하게 자리에 앉았고, 누군가는 프린터 앞에 조심스레 서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아래층, 말 한마디에도 숨을 고르게 되는 위치에 서 있다는 걸 온몸으로 실감했다. 몇몇의 고연차 교사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권위가 있다. 그것은 높은 목소리나 화려한 언행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교무실에 앉아 있는 자리와 눈빛, 그리고 회의에서 던지는 짧은 한마디가 만들어내는 묘한 파장에 가까웠다. 처음엔 그저 경력이 쌓인 선배 교사들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부장님께 혼난 이후로 나는 그 질서가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서열이라는 사실을 차갑게 깨달았다. 내가 들어서면 대화를 멈추는 사람도 있었고, 예전에는 반갑게 인사하던 분이 모른 척 지나가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무슨 말을 들은 것은 아니었다.


그 연유는 바로 교사 휴게실이라는 사형집행장에 있었다. 교사 휴게실은 쉬러 가는 공간이 아니었다. 학교의 실핏줄처럼 작은 이야기들이 흐르고, 그 이야기들이 교무실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어느 반이 요즘 소란스러운지, 누가 부장님께 예쁨 받는지, 회의에서 누가 한마디를 실수했는지 등의 잡다하고 서늘한 이야기들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빠르게 퍼져갔다. 신규교사가 오면 단번에 화제가 되기도 했고, 누군가 한 번 미끄러지기만 해도 그날의 커피머신 앞 대화가 풍성해졌다. 그리고 그날, 이야기의 중심은 조용히 나로 옮겨갔다.


"어제 교무실에서 부장이랑 신규교사랑 한바탕 했대. 교무실 한가운데서 울었다지 뭐야."


나는 휴게실 한가운데에서 평가받는 대상, 마치 칼날 위에 올려진 조용한 생선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시선과 침묵이 나를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만들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듣게 된 소문이 있었다.


“작년 신규도 많이 울었대.”


지나가던 누군가가 나를 위로하듯 툭 던진 말이었다. 처음엔 귓가를 스치는 바람처럼 흘려들었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내 심장을 조금 저리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상담실에서 울다가 퇴근했다더라, 또 다른 누군가는 복도에서 부장님께 지적을 받고 눈물이 터졌다더라. 어떤 신규는 첫 학기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다른 학교로 옮겼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그 말들 속에 나는 이상한 위로와 더 큰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학교에서 내가 이야깃거리로 전락한 것이 오로지 내가 유독 부족해서 무너진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과 ‘신규가 한번쯤 울고 가는 것’이 학교의 연례행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이 구조 자체가 사람을 옥죄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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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깨달았다. 학교는 교실만으로 이루어진 곳이 아니라는 것을. 학생들 앞에서의 수업만이 나의 하루를 구성하는 전부가 아니라는 걸. 교무실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 보이지 않는 권력과 서열이 뒤엉켜 있는 공간을 나는 이제야 겨우 보게 된 것이다.


나는 밉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실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규칙을 몰랐고, 경계선을 넘었고, 선배들이 익숙하게 지켜온 호흡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이건 ‘신규’라는 이름으로 통과해야 하는, 오래된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 있다. 그 고연차 교사들이 나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학생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헌신적인 교사였다. 상담실에서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다시 교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심지어는 성로원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까지 한다는 것이었다.


교사로서 그들은 분명 지혜로운 선배이고, 때로는 든든한 어른이었다. 다만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의 그 다정함이, 교사와 교사 사이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조직 안에서의 관계는 또 다른 법칙으로 움직였고, 그 법칙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멘토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숨 막히는 상사가 되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면적이니까. 내가 본 그들의 날카로움이 전부가 아니었고, 누군가에게는 그들의 다른 얼굴이 분명 따뜻하게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이 조직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소문과 시선, 예측 불가능한 인간관계 속에서 버티는 경험이 오히려 나를 더 넓은 시야로 이끌었다. 누군가의 기준에 따라 흔들리는 대신, 내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은 태연해지고, 조금은 영리해지고, 무엇보다 내 편이 되어줄 나 자신을 얻게 되었다. 어쩌면 이것은 신입 교사가 한번쯤 겪는 성장통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직은 모르지만 분명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이제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건 아마 내가 더 이상 도마 위의 신참으로만 머물지 않는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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