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인간관계?

“걱정마 너 안 잘려. 근데 있잖아, 그 사람도 안 잘려.”

by 최선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그러니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방어 수단이자 공격 수단이 되는 것이다. -<미생>


그날 이후, 부장님의 태도는 묘하게 달라졌다. 화를 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웃으며 말을 걸지도 않았다. 말투는 지나치게 공적이었고, 호칭은 정확했으며, 시선은 항상 업무 서류 어딘가에 차갑게 머물러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자면 급하게 바뀐 회식 날짜에 먼저 정해져 있던 업무가 있어 참여가 어렵다고 했더니 한숨과 함께 '선생님으로 인해 교과 회식 없습니다.'라는 단체 메신저를 받기도 했다. 나를 불편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분명 선은 그어져 있었다. 그 선은 너무나 정확했으나 동시에 지극히 감정적이어서 나는 무척이나 불편했다.


그 변화가 더 신경 쓰였던 이유는 내가 그날 이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구차한 사과도 또 더 구차한 변명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다음 날 다시 출근했을 뿐이었다. 일을 완벽히 해내는 것은 나처럼 일머리 없는 인간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돌려 놓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교직 사회에 우스갯 소리가 있다. 주로 동료 교사와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이런 말로 위로를 하곤 한다.


"걱정마, 너 안 잘려.

근데 있잖아, 그 사람도 안 잘려"


교사도 일종의 행정 공무원이기에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너의 정년도 나의 정년도 웬만하면 보장되는 것이 이 직업의 장점 중 하나이니까. 누군가는 학교를 옮기면 그만이지 않냐고 하지만, 이미 교직 사회에 발이 넓고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부장님께 밉보인다는 것은 신규교사에게 꽤나 괴로운 일이었다. 또 불편한 사람이 자리를 고쳐 앉을 수 밖에 없는 일이기에,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진심을 담은 사죄의 편지를 쓸까. 그날의 감정과 상황을 차분하게 정리해서 전하면 오해가 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혹은 용기를 내 직접 대화를 걸어볼까. 먼저 다가가는 건 더 아쉬운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설득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이해받기 위해 움직일수록 더 불리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장님과 관계가 매끄러운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이미 그분과 거리를 두고 있는 교사들이 있었다. 이번엔 그 화살이, 우연히 나를 향했을 뿐이었다.


묵묵히 급식실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 우연히 내 앞자리에 앉은 선생님께서 그간의 학교 사정을 들려주셨다. 이런 신규가 나뿐만이 아니었고, 갑질 신고가 들어간 적도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모든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었다. 그 말들을 듣고 나서야, 이 학교가 안고 있는 시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한 사람이 아니라, 오래 쌓인 피로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피로는 가장 약한 고리에 먼저 닿는 곳이었다.


그제야 이해했다. 지금 이 흐름을 바꾸려 들면, 나는 또 다른 화살이 될 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싸우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나의 흐름을 견고히 지키기로 했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킬 때 순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방 입장에서는 또 다른 역류가 된다. 거슬러 올라가 맞서는 대신 원래의 방향을 유지하며 내 본질을 지키는 일. 감정으로 부딪히지 않고,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 그 선택이 오히려 가장 단단한 방어이자 공격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단을 내렸다. 원래의 내 모습을 지키되, 예전처럼 모든 문을 열어두지는 않기로. 밝고 긍정적인 태도는 유지하되, 존경과 거리의 균형을 지키기로. 나는 여전히 먼저 인사했고,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해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회의에서는 필요한 말만 했고, 불필요한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상냥한 미소와 예의바른 태로를 견지했으나, 선을 넘는 말에는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호의는 주되, 해석의 여지는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신기하게도 그 이후부터 주변이 조금씩 달라졌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분명한 변화는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않았고, 누구의 편을 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감정에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태도에 기울어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부장님과의 관계 역시 극적으로 좋아지지는 않았다. 다만 예측 가능해졌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최소한 나는 더 이상 그분의 감정적인 반응 하나에 하루를 망치지 않게 되었으니까. 그제야 알았다. 자신감이란 누군가의 인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학교에서 나는 여전히 신규였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더 이상 신참이 아니었다.


이 마을의 바다는 늘 순한 얼굴만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센 물살 앞에서 배를 세우는 법이 아니라, 각도를 조정하는 법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갈등 상황에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된 태도를 유지함. 조직 내 관계에서 존중과 경계를 적절히 조율하며 점차 공동체의 신뢰를 형성해 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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