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결석의 아이러니함에 관하여

생리 결석 통보 7통을 받은 날, 교사가 든 생각

by 최선

오늘은 1월 2일 자, 2026년 학교에 등교하는 첫날이다. 평화롭게 새로운 마음으로 머리를 말리며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도중 생리통으로 인해 결석한다는 연락을 약 7통가량 받았다. 심지어 생리 결석도 아닌 '생리 휴가'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우리 반 여학생의 수가 14명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의 아이가 동시에 생리를 한다는 것이다. 확률의 문제일까, 우연의 장난일까.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여성 인권이 화두로 떠오르며 직장에서도 생리로 인한 여성의 연차가 생기고, 학교에서도 생리결이라는 이름의 인정결이 생겨났다. 남녀 갈등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생리 결석에 대한 남자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회사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학교에서는 유독 생리결석이 특정 요일에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 월요일, 월초, 그리고 공휴일과 주말 사이. 출결부를 오래 들여다본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지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생리결석이 과도한 특혜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생리결석은 엄연히 여학생의 권리다. 생리통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아이에게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의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진통제로 버틸 수 있는 통증도 있지만, 침대에서 몸을 웅크린 채 하루를 버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차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교사는 그 차이를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생리결석은 믿음을 전제로 한 제도일 수밖에 없다.


다만 제도는 언제나 평균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학생의 삶은 결코 평균적이지 않다. 어떤 아이는 한 달에 하루를 쉬지 않으면 수업 자체가 불가능하고, 어떤 아이는 같은 날 운동장을 뛰어다닌다. 그럼에도 출결부에는 동일한 한 줄이 기록된다. ‘생리결석’. 그 한 줄은 아이의 통증을 설명해 주지도, 개인의 차이를 드러내 주지도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서 형평성의 질문이 생긴다는 점이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인정결석이 가능한 제도가 생겼을 때, 그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남학생들은 같은 기준 위에 서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감기나 두통, 복통으로 결석하면 질병결석이 되고, 결석 처리에 대한 설명과 진단 서류를 필수적으로 요구받는다. 반면 생리결석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 차이가 제도의 취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면서도, 교실 안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간극으로 남는다.




더 곤란한 순간도 있다. 생리결석을 하고 등교하지 않은 날, 아이가 워터파크에 놀러 간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경우를 마주할 때다. 교사는 그 게시물을 확인할 수도 있고, 우연히 알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알게 되는 순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제도는 생리결석을 확인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고, 교사는 그 신뢰를 전제로 출결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분노나 실망이 아니라 묘한 허무함이다. 그리고 곧이어 떠오르는 얼굴은 그날 교실에 남아 묵묵히 자리를 지킨 학생들이다. 감기 몸살을 참고 등교했던 아이, 체육 시간에 복통을 호소하면서도 결석 처리에 대한 걱정을 했던 아이들. 그 아이들이 느꼈을지도 모를 감정에 대해 교사는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미안하다. 제도를 만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제도를 대신 집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만든 장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설명되지 않는 허탈함으로 남을 때 교사는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잘못을 지적할 수도 없고 제도를 부정할 수도 없는 자리. 그 침묵의 책임이 교사에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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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당연하게 열리는 교실,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이 있고 자리가 남아 있으면 이유를 걱정해 주는 곳. 그 시간은 사실 매우 드문 시간이고 지나고 나면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시기다. 결석이 가능하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 학교에 나온다는 선택이 얼마나 많은 관심과 책임 위에 놓여 있는지 아는 일일지도 모른다. 출결은 규칙이기 전에 태도의 문제이고, 권리는 책임과 함께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언젠가 아이들이 이 시간을 돌아보며 학교에 다니던 그 시절이 생각보다 따뜻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되기를 바란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출결 및 생활지도를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함. 학생 개인의 상황과 권리를 존중하되, 제도가 가지는 한계와 형평성의 문제를 인식함. 교사의 역할을 자각하며, 교실 안에 남은 학생들의 태도와 책임 또한 놓치지 않으려 노력함.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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