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인사이동

1월의 학교는 조용히 흔들린다

by 최선

학교에서 한 해의 시작은 3월 새학기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1월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방학 혹은 졸업이라는 여행으로 떠나보내고 나면 교무실에는 교사만이 또다른 이별을 기다리며 학교를 지킨다. 곧 다가올 인사이동을 기다리며.


학교에서는 한 해가 바뀔 때마다 남는 사람이 3분의 2, 떠나는 사람이 3분의 1정도이다. 숫자로만 보면 단순한 분배 같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사정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군가는 같은 자리에서 한 해를 더 살아내고, 누군가는 익숙해진 교무실을 뒤로한 채 낯선 학교에 발령받게 된다. 새해가 왔다는 사실은 이 이별과 새로운 만남의 교차선상에서 실감된다.


인사이동을 기다리는 시간은 이상하게도 느리다. 공식적인 일정은 정해져 있지만, 마음은 그보다 먼저 움직인다. 괜히 오지않는 메신저 쪽지함을 살피게 되고, 점심시간마다 누가 어느 부서로 가고, 누가 어느 지역으로 내신을 썼다는 말이 잔잔한 거품처럼 교무실을 부유한다.


인사이동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자꾸만 자리를 둘러보게 된다. 이 책상에서 보낸 시간, 이 창가에서 맞았던 계절들. 남게 되면 다행인 걸까, 떠나면 새로운 시작인 걸까. 어느 쪽도 쉽게 이름 붙일 수 없어서, 기다림은 더 깊어진다.




학교의 인사이동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우리 교육청 기준으로 한 학교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보통 5년이다. 이른바 만기가 되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반드시 다른 학교로 이동해야 한다. 지역 연한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학교를 옮기는 것을 넘어, 아예 근무 지역 자체를 바꿔야 하기도 한다.


물론 모두가 만기를 채워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새로운 환경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개인적인 사정이나 마음의 결심으로 이동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인사이동은 단순히 떠남이나 남음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가 선택했거나 선택받은 시간의 결과이기도 하다.


학교에 남게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본교를 떠나지 않는 교사들 역시 새해를 맞으며 다시 자리를 옮긴다. 학년부를 옮기거나, 맡고 있던 업무를 내려놓고 전혀 다른 업무를 맡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교무실, 같은 학교지만 실제로는 역할과 책임이 달라진 새로운 시작에 가깝다.


부서이동은 단순한 행정 절차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말로는 학교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손을 놓고 벌어지는 일종의 정치에 가깝다. 일을 잘하는 교사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인력을 두고 각 부서는 저마다의 계산을 한다.


그래서 새해를 앞둔 교무실에서는 은근한 포섭이 시작된다.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내년에 혹시 생각 있어요?”라는 말이 오가고, 농담처럼 던진 말 속에는 진심이 섞여 있다. 공식적인 업무분장 이전에 이미 비공식적인 줄다리기는 끝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장회의에서는 그 긴장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누가 어느 부서로 가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 회의는 금세 언쟁의 기미를 띤다. 표정은 최대한 점잖게 유지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이해관계가 선명하다. 그 자리에 없는 교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그 이름은 때로 아주 무겁게 다뤄진다.


.

.

.


그렇게 매년 자리는 바뀌고, 사람은 흩어진다. 어느 학교에 발령받든, 어느 부서에 배치되든 그 선택이 늘 개인의 의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희망과 무관하게, 때로는 설명 없는 결정으로 새해가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온전한 톱니바퀴의 형태로 굴러간다.


주어진 자리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 불리지 않는 회의, 성과로 기록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을 뒤로하고 학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는 선생님들이 학교를 지켜 낸다. 학교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사소한 노력들의 반복으로 굴러간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중심과 주변을 가리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학교를 지켜내려는 마음들이 겹쳐지며 또 한 해가 준비된다. 그렇게 학교는 언제나 사람의 손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긴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인사이동과 업무분장 과정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용하며 조직의 흐름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임. 보이지 않는 업무 또한 책임감 있게 수행하며 학교 운영에 안정적으로 기여하는 조직원들의 기여에 감사하며 한 해를 되돌아 봄.











월, 수, 금 연재
이전 19화경계에 선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