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1)

”X같이 살기 싫어서요“

by 최선

2023년 3월 3일, 신규 교사로 강당의 단상에 서는 순간이었다.

유난히 세상을 통달한 듯한 눈빛과 바라는 게 딱히 없다는 무심한 입술을 퉁명스럽게 앙다문 아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반 아이들을 쭉 줄 세워놓은 그 끝에 그 아이는 나를 아무 기대 없는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무슨 독립영화 여주인공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고2 주제에 뭐 그리 인생이 힘들어서 저런 표정을 짓나.


나중에야 듣게 된 사실이지만, 그 아이는 비밀 전학을 왔다고 했다. 보통 가정에서 불화가 있거나 폭력을 당하는 경우에는 부모와 분리 조치를 위해 비밀 전학을 시키곤 한다. 그 아이의 경우에는 엄마를 폭행하고 불을 지른 후 도망쳤다고 했다. 물론 아이의 주장은 달랐다. 자신이 엄마에게 폭행을 당해 도망쳤다는 것이다. 사연이야 어찌되었든간에 내가 맡아야 하는 보통의 학생임은 분명했다.


교사들 간에 우스갯소리로 도는 말이 있다.

한 남자 아이가 선생을 향해 엄청난 음담패설을 뱉었다는 것이다.

"저 어제 선생님 생각하면서 자다가 몽정했어요"

솔직하고 발칙하고 무례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관리자의 태도였다고 한다.

"가정 환경이 불우한 학생이니 좀 이해해줘."


그러나 성희롱을 당한 선생님도 참지 않고 대답했다.

"저도 가정환경 불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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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일화를 좋아한다. 자극적이라던가 통쾌하다던가 그런 의미에서가 아니다. 교사에게 학생은 진심을 다해 지도해야 할 존재지만 잡다한 연민으로 동정할 대상은 아니다. 나 또한 그런 교사가 되고 싶었다. 네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다고 한들 난 너를 연민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고 싶었다. 그래야 너 스스로도 자기연민에 빠져 더 깊은 구렁텅이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별 다를 바 없이 대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전학 오기 전과 달리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책을 읽거나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에게 조심스럽고 진솔하게 다가갔다. 창밖에 무엇을 보는지, 읽고 있는 책은 재미있는지, 왜 다른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않는지 등 사소한 물음이었다. 그런 나의 질문에 아이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 내뱉었다.


"좆같이 살기 싫어서요."


발령 받은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신규 교사가 듣기에는 꽤나 머리가 어질해지는 말이었다. 아이가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삶의 무게를 차마 내가 가늠할 수는 없었으나, 8시 30분에서 16시 30분까지 함께하는 그 일과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 그 아이도 꽤나 내 진심을 느낀 듯 나름 학교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그렇게 한 학기가 다 지나가는 듯한 순간 밤 11시 59분에 예상치 못한 문자가 왔다.


"늦은 시간 정말 죄송합니다. 00경찰서 실종수사팀입니다. 김00학생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문자 확인하시면 연락주세요." - 매너콜 고객님께 걸려온 전화입니다. 07/04 오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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