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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Sep 13. 2020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야지

뭣이 중헌디

만 30년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나쁜 습관이 참으로 많이 굳어졌다. 학교에 다니면서 생긴 습관들 중 특히 나쁜 습관들이 많은 이유는 지식을 쌓는다거나 학교생활을 잘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작은 목표에 집중하느라 생긴 나쁜 습관들


학교에 다니며 의미도 모르고 성적을 받기 위해 숙제를 해야 하는 게 너무 귀찮았어서 글씨를 쓰는 것 = 숙제를 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글씨 쓰는 걸 혐오했고, 손이 아픈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싫어하는 일을 잘하기 힘들어서 그런지 아직도 악필이다. 그런데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야 책을 읽고 필사를 즐기게 되고 매일 해야 할 일 리스트를 만들고 느낀 점을 적기 시작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적는데 내 글씨를 내가 꼴 보기 싫어서 처음부터 글씨 쓰기를 다시 배우고 있다. 사실 글씨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정말 즐거운 일인데 예전에 내가 했던 글씨 쓰는 행위는 얼마나 무의미하고 헛된 일이었나. 



단기간 공부법 - 누구를 위한 공부인가


책의 전체적인 맥락과 요점 중심으로 대충 보는 습관이 생긴 이유도 짧은 시간 안에 ‘시험에 나오는 정보’를 빨리 뽑아내기 위한 전략이었을 거다. 단시간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이런 얼버무림 식의 공부법이 도움이 된다. 또 미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과외활동을 할 시간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단시간 공부법을 파고들었다. 그런데 단시간 공부법은 그야말로 요점과 시험에 나오는 부분을 흡수하는 것 빼고는 얻는 것이 별로 없다. 학창 시절의 목표 – ‘단시간 공부하고 높은 성적을 받는다’를 이루기 위해 나쁜 습관들이 도움이 됐기 때문에 나쁜 습관들이 오히려 굳어졌고, 이 나쁜 습관들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삶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금 30살이 다 돼서 그런 기본적인 습관들을 고치려니 힘들고 재점검해야 하는 사소한 것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나는 아침 루틴이 생기고 옷장 정리법도 달라졌으며 여러가지로 생활패턴이 개조됐다. 



롤모델의 힘


나의 습관 터닝포인트는 남편을 만난 것이었다. 남자 친구였던 남편은 사소한 습관들이 철저하게 정리되어 있는 사람이다. 해야 할 일들을 리스트로 적고, 자신에게 상기시키는 이메일과 캘린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고, 독서 습관이 있었고, 정리정돈 습관이 투철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곁에서 직접 보고 그 습관들이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지켜보는 것은 임팩트가 달랐다. (롤모델의 힘) 성공한 사람들을 거의 모두 주변 환경이나 시간관리가 잘 정돈되어 있다. 나도 잘 정돈된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정돈된 삶의 장점을 깨달았다. 주변이 정돈되어 있어야 내가 할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주변이 정돈되지 않으면 마음이 어지러워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


남편은 여자 친구나 부인에게 우쭈쭈 해 주거나 감싸는 편이 아니고 동등한 파트너로서 역량을 요구하고 존중하는 편이다. 지지부진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째려봄과 독설이 날아온다. 남편을 만나고 나서 어린아이처럼 잔소리를 들으며 요리하는 도중에 주방 정리하기, 일 할 때 리스트를 만들고 캘린더로 정돈된 스케줄을 만들기,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좋은 습관들이 생기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물론 내 습관 만들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성적은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건 아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공부를 잘하고 싶다,’ 혹은 ‘좋은 학생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도 인생을 길게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물론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면 얻는 것들도 많지만 작은 것들을 얻는데 익숙해지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잊어버리가 쉬운 것 같다. 주어진 틀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보다는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개척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들과, 내가 쌓아야 하는 습관들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롤 모델이 될 만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영향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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