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hemy - Roy Sutherland
Alchemy (연금술)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는 책을 읽었다. 논리적인 결론이라고 해서 맞는 결론이라는 법이 없단 게 책의 핵심 메시지였다. 많은 예를 제시하는데 예를 들면 한 회사에서 빵을 굽는 베이킹을 정말 쉽게 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빵을 굽는 과정이 너무 단순화돼서 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너무 쉬우면 믿음이 가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기쁨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빵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비효율적인 과정까지 즐기고 있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노력을 덜 하고 같은 결과물을 얻는 게 더 나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책의 저자 Roy Sutherland는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많은 경우의 물건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용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베이킹의 결과물인 빵이 아니라 그 과정이 더 소중했던 것처럼 비슷한 많은 예가 있다. IKEA 가구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IKEA 회사에 컨설팅을 했을 때 IKEA 측은 그에게 '가구 만드는 과정을 단순화하자고 제안하면 당신을 바로 해고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겉으로 보면 IKEA의 목적은 소비자가 가구가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 같지만 사실 가구를 조립하는 과정 또한 큰 매력포인트다. 레고를 조립하듯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가구를 잘 조립하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물건의 '진짜 용도'
조금 당연한 예를 들면 페라리를 사는 사람들은 이동 수단으로 자동차를 원해서 사는 게 아니라 페라리가 주는 기분이나 페라리가 보여주는 것들 때문에 산다. 조금 응용해서 생각해 보면, 내가 만약 페라리 정비공이어서 고객이 나에게 차를 맡겼을 때 서비스를 하나 무상으로 제공해 준다고 하면, 브레이크 패드나 엔진오일을 무료 점검하기보다는 왁싱을 해서 차를 더 반짝반짝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게 더 현명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는 브레이크 패드나 엔진오일 점검이 페라리 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해도 소비자는 왁싱을 공짜로 해주는 정비공을 더 선호할 수 있다. 페라리의 '실제' 용도가 자동차보다는 액세서리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2차적 특징이 실제 목적보다 더 중요해질 수도
때때로 2차적 특징이 실제 목적보다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Uber의 용도는 택시이고 때때로 보통 택시보다 비쌀 때도 있다. 실제 용도를 보면 오랫동안 이어왔던 택시라는 시스템을 버리고 Uber를 이용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Uber의 진짜 가치는 자동차를 타기 전에 얼마를 내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택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어서, 택시가 바가지를 씌운다거나, 콜택시가 2분 후에 올지, 15분 후에 올지 알 수 없다거나 하는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다. 같은 택시인데 추가요금을 지불하면서 까지 Uber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그 불확실성을 없애는 가치로 소비자들은 충분히 추가 요금을 낼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2차적 특징이 중요한 다른 예는 식기세척기다. 식기세척기는 식기를 자동으로 세척하기보다는 더러운 그릇을 눈에 안 보이게 치워놓는 용도로 더 매력적일 수 있다. 현재의 식기 세척기보다 빠르고 쉽게 식기가 청결해지는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고 해도, 더러운 그릇을 눈 앞에서 치워주는 기능이 사라진다면, 새로운 기술로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심리를 분석하는 마케터 같은 사람들은 물건의 '진짜 용도'와 '진짜 매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논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서 모든 논리적인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사회적으로 항상 '더 논리적인' 솔루션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논리를 따르는 것이 때로는 근시안적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계속 논리를 찾다 보면 상황을 단순화 시켜서 논리적인 답을 찾기 마련인데 답은 나무 줄기가 아닌 잔가지 같은 디테일에 있을 수 있다. 앞으로는 논리가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지 않고 심리와 행동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디테일까지 생각해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