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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Apr 21. 2021

안 좋은 생각을 들게 하는 생각의 오류 리스트

불안감, 우울감 등 나쁜 감정들을 타파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을 배웠다. Cognitive Behavioral Therapy라는, 안 좋은 생각을 하게 하는 생각 회로를 잡아내어서 나쁜 감정을 피하는 심리 치료 방법이다. 이 방법은 특히 이성적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꼈고, 내가 본 그 어떤 심리 치료 방법보다도 스스로에게 효과적이었다.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우리는 안 좋은 생각이 들 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든다고 느낀다. 그러나 기분이 이미 나쁠 때 안 좋은 일이 있으면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만한 일도 더 화가 나고 우울해지듯이, 안 좋은 생각과 감정들은 때때로 확대되어 느껴진다. 이 '때때로'가 습관화되면 '우울증'과 같은 질병으로 발전한다. Cognitive Behavioral Therapy는 사람을 우울감으로 빠지게 하는 생각의 오류를 지적하고, 결과적으로는 우리 스스로 이성적인 사고로 이 잘못된 생각들을 잡아 내어 우울감으로 빠지는 걸 방지한다.


Cognitive Behavioral Therapy를 알게 된 후 더 깊이 공부해보고자 명저로 뽑히는 Feeling Good - David Burns 책을 읽었고 시간을 들여 숙지해 두면 두고두고 삶에 도움이 될 인생의 도구 같아서 천천히 여러 개의 글로 책에서 도움됐던 부분들을 요약해 볼 것이다. 이번 글은 생각의 오류에 대한 글인데,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이 글에 나올 생각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오류를 스스로 잡아내면 계속 부정적인 감정에서 허우적 대는 걸 멈출 수 있다. 다음의 리스트는 스스로가 혹시 이런 생각의 오류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볼 수 있는 리스트다.




안 좋은 생각들은 다음 리스트에 나온 에러에 해당한다.


1. 모 아니면 도

항상 A학점만 받던 학생이 한 과목에서 B를 받은 후, '나는 실패작이야'라고 생각한다면 '모 아니면 도' 사고 오류에 빠진 것이다. 이런 생각은 하나의 잘못이나 결함도 용서하지 않는다. '모 아니면 도' 방식이 잘못된 이유는 세상에 완벽하기만 한 그 어떤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똑똑하지 않고, 완벽하게 아름답지 않으며, 완벽하게 착하지 않다. '모 아니면 도' 식 사고는 사람을 우울감으로 인도할 수밖에 없다.


2. 과잉 일반화

수줍은 남자가 관심 가는 사람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선약을 이유로 정중히 거절당했다. 이 수줍은 남자가 '나는 평생 데이트하지 못할 거야. 나는 평생 고통스럽게 외로울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과잉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과잉 일반화는 특히 거절에 안 좋은데, 한 번 거절당하면 앞으로 평생 거절만 당할 것 같다는 고통스러운 생각을 심는다.


3. 나쁜 것만 보는 필터

어떤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걸 보고, '이것 봐. 사람은 전부 악해. 세상은 썩었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나쁜 것만 보는 사고의 오류다.


4. 좋은 일 비하

칭찬을 받았을 때,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일 거야'라고 생각하는 건 '좋은 일 비하'다. 자신이 가진 장점은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좋은 일들을 전부 최소화해서 삶의 행복을 앗아가는 심각한 오류다.


5. 섣부른 결론

강의를 하는 사람이 졸고 있는 단 한 명의 청중을 보고 '청중이 내 강의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나 봐!'라는 걱정을 하거나, 친구가 길에서 내게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친 걸 보고 '친구가 이제 나를 싫어하나 봐'라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결론'의 오류다. 섣부른 결론은 실제로 참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내게 인사하지 않고 지나친 친구는 사실 날 못 보고 지나쳤을 뿐인데 그 친구가 날 싫어한다고 가정하고 그 이후로 친구에게 어색하게 대해서 실제로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다. 잘못된 예언이 사실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6. 극대화와 극소화

자신의 결점은 돋보기로 보듯 극대화해서 보고, 자신의 장점은 극소화 시킨다면 좋은 일은 금방 넘겨버리고 시간을 나쁜 일에 집중하고 되새김질하는데 보내게 된다.


7. 감정적 사고

'기분 정말 별로야. 난 정말 별로야, ' '무력감을 느껴. 난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야, '라는 식으로 감정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감정적 사고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다. 어떤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진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가끔 제멋대로이고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감정에 휘둘리는 사고는 해롭다.


8. 강압적 사고

'나는 꼭 이것을 해야 해.' '남편이라면 반드시 이래야 해.' '사람은 누구나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만 해.'라는 식으로 꼭 해야만 한다는 강압적 사고는 스스로를 항상 부족하고 부끄러운 사람으로 느끼게 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지 못하게 한다.


9. 꼬리표 붙이기 (판단해 버리기)

과잉 일반화의 한 예이기도 한 꼬리표 붙이기는 하나를 잘못했다고 나는 항상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다. 사람은 복잡하고 계속 변화하는 존재인데 어떤 것을 일시적으로 잘하지 못하거나 실수했다고 해서 ㅇㅇ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한다면,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럴 것이라고 가정하게 되는 오류다. 예를 들어 보고서에 오타를 냈다면 '나는 보고서 하나도 오타 없이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건 오류고 '이번 보고서에 오타 하나를 냈다'라고 판단하는 게 옳다. 보고서에 오타를 낸 것과 항상 오타를 내는 사람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10. 문제 개인화

마지막으로, 그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뿐인데 그것을 개인의 잘못으로 해석하는 오류다. 예를 들어 자녀가 나쁜 성적을 받았을 때, '나는 정말 나쁜 부모야'라는 식으로 부정적인 일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다. 우리가 여러 일들에 관여할 수 있고 때때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 일들을 야기하거나 원인이 된 것은 아니다.




개인적 케이스 스터디


상황

저번 주에 나는 어떤 업자에게 처음으로 일을 맡겼다. 이 업자는 정확히 1시간을 늦게 왔고, 다음 일이 밀려 있다며 아주 허둥지둥 일을 처리했고, 업자가 돌아간 후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걸 확인했다. 그래서 그에게 연락해서 다시 해달라고 했는데 그는 전화와 문자에 아주 늦게, 제대로 답하지 않았고, 하루 더 시간 약속을 미뤘다. 결국 오기로 한 날도 그는 30분 이상 늦게 왔다.


나의 생각의 오류

나는 그가 '항상 늦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과잉 일반화의 오류) 그리고 모든 프로페셔널은 시간을 칼같이 지켜야 하는데 (강압적 사고의 오류) 그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분명히 일처리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을 것이며 (과잉 일반화, 꼬리표 붙이기) 따라붙어 세세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일하는 방에 들어가 의자를 끌어와 앉아서 화가 난 상태로 그를 감독했다. 그에겐 아주 불쾌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그가 '제대로 된 업자'가 아니라는 편견을 가지고 나니 그가 큰 실수를 할까봐 걱정됐지만 사실 그의 실수는 쉽게 고칠 수 있는 작은 실수였다. 내 부정적인 감정이 너무 보였던지 그도 사과하지 않고 방어적으로 행동했고 결국 그와 싸우게 됐으며 그 이후로도 몇 시간 동안 기분이 안 좋았다. (섣부른 결론의 오류, 악순환). 화가 나고 안 좋은 감정이 들 때, 이 리스트를 떠올려 보았다면 나는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고 이 일을 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2번 늦었을 뿐이고, 며칠동안 특히 바빠서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주 작은 실수를 했을 뿐이었다. 확대 해석하지 않고 앞으로는 눈 앞에 있는 사실만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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