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존스홉킨스 의대의 지나영 교수는 ADHD인이다. 잡생각이 많고, 정리정돈이 미흡하고, 건망증이 심하고, 충동적이고 활동량이 과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소아정신과 전문가로, 더불어 이제는 방송인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도우며 활약하고 계시다. 처음에 그녀의 '본질 육아'라는 개념에 끌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 육아>를 읽었는데, 육아책이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한 책인 <Follow Your Heart>가 더 좋았다. 특히 자신의 ADHD 특성을 어떻게 끌어안고 장점으로 승화시켜서 밸런스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감명을 받았다.
보편적으로 나쁘다고 인식하는 충동적인 특성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지나영 교수는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레지던트 지원에서 낙방했다. 다음 지원까지 다른 의사들처럼 일반의로 일하는 대신 미국 의사 자격증이나 따 볼까? 하는 마음으로 미국행에 올랐다고 한다. 처음 계획은 1년이었지만 미국 보드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고 결국 미국에서 활동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에 오게 된 지나영 교수는 한국이 아니라 세계를 자신의 무대로 삼게 되고 미국에서 가정도 이룬다. 그녀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보편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생각을 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건 ADHD의 특성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쟤는 왜 저래?' '왜 저렇게 튀는 행동을 해?' 하는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다. 그렇지만 그들이 튀고 충동적이기 때문에 지나영 교수처럼 새로운 길을, 다른 사람들이 걸어보지 않은 길을 열어갈 수 있다. 그럼으로써 세상이 더 다양해진다.
관점의 다양성 - 남들이 좋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고, 남들이 나쁘다고 해서 나쁜 게 아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 중 하나가 이 부분이었다. 지나영 교수는 어릴 때 비가 새는 집에서 살았고 비가 새는 천장 밑에 양동이를 끌어다 놓고 빗물을 받으며 장난치고 놀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너희 집엔 이런 거 없지?" 하고 자랑했다고 한다. 이 대목을 읽고 너무 좋았다.
혹자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고, 어린이 지나영 교수는 분명히 긍정적이기도 하고 창의적이기도 하다. 비가 새는 천장을 보고 어른들이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생각은 '가난'이다. 그런데 보편적인 연상 외에도 다른 무한한 연상들이 가능하다. 여기서 지나영 교수는 양동이를 움직여서 떨어지는 물을 받는 놀이를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우주선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하고도 비슷한 것 같다. 이렇게 같은 걸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세상이 다양해지는 것 아닐까.
선택과 집중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ADHD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특히 더 그럴 수 있다. ADHD인의 장단점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장단점과 다르기 때문에 더 큰 마찰이 있을 수 있다. 지나영 교수도 건망증이라고 할 만큼 이것저것을 잘 잃어버리고 잊어버린다고 한다. 가스 불을 끄지 않고 쉰다던가, 문을 열어둔 채로 출근한다거나, 딴생각을 하느라 접촉사고를 낸다던가 하는 일이다. (나도 지나영 교수와 같은 증상으로 앞의 모든 실수를 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자신이 못 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효율을 높이고 일상과 마음에 여유를 얻었다고 한다.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대신 캘린더 알람 기능을 활용하고,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타이머를 설치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인덕션을 사용해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강의 같은 것에 집중했다고 한다.
우리의 시간과 집중력은 한정적이다. 특히 ADHD인으로서 생각이 널을 뛰는 가운데 유한한 집중력을 단점을 보완하는데 소모한다면 '아주 덤벙대는 사람'에서 '조금 덤벙대는 사람'으로 겨우 거듭날 것이다. 그보다는 집중력을 장점을 승화시키는데 쓴다면 무언가를 '잘' 하는데서 '아주 잘' 하는 걸로 거듭날 수 있다. 무엇보다 잘하고 싶은 것에 집중력을 쏟으면 '자신답게' 사는 것이고 자신답게 살 수록 우린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명상과 감사일기
지나영 교수는 명상과 감사일기에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명상과 감사일기를 하면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ADHD인의 뇌는 항상 풀가동 중인데 어떤 때는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끝없이 깊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엉뚱한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지?' 하는 혼란이 오기도 한다. 그럴 때 명상과 감사일기가 큰 도움이 된다. 명상은 끝없이 날아다니는 생각에서 정신을 붙잡고 끌어와서 '지금 여기'의 나에게 집중시키고 나로 시야를 돌린다. 명상을 연습해 보면 ADHD인이라도 차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나영 교수가 말하듯 '컴퓨터를 종료하듯' 생각을 끄는 행위이다. 뇌를 잠시 쉬게 하는 묘기다.
감사 일기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익히 알려져 있는 방법이다. 감사일기의 궁극적인 장점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에서 '감사'를 연상하게 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감사일기를 꾸준히 실천하면 작은 것에도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ADHD인의 널뛰는 생각들의 끝에 긍정의 힘이 있도록 방향을 이끌어 줄 수 있다. 보통 사람이 100가지 생각을 한다면 ADHD인은 1000가지 생각을 하는데 이 중 1/4만 긍정적인 생각이 되어도 250가지 긍정적 생각을 할 수 있다. 이게 습관이 되면 단순히 생각이 넘치는 게 아니라 긍정의 힘을 얻게 된다.
지나영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ADHD를 갖고 살아가고, ADHD를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을 단점으로 인식하지 않고 함께 안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에 공감했다. 지나영 교수도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실패에서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시 도전해서 나를 포함한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고 계시다. 100번 중 99프로 실패하더라도 수만 번 수억 번 도전하면 성공과 성취는 쌓이게 마련이다.
사실 이 글을 쓰려고 시작했음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끝마치지 못하고 며칠에 걸쳐 계속 돌아오면서 글을 썼다. 내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는 시작해놓고 끝맺음을 하지 못한 글들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는 생각의 흐름이 부족한 게 내 단점이지만, 생각이 널을 뛰는 만큼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들이 하루에도 수만 번씩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대부분은 그저 엉뚱한 생각들이지만, 그중 몇 개는 기발하고 흥미롭다. 우리는 각각 이 세상에 하나뿐인 독특한 사람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남도 단 하나의 유일하고 소중한 사람이다. 우리 모두 자신 다움을 사랑하고 가장 자신답게 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