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지출, 복리, 금리, 연봉 인상, 승진
대도시들은 물가가 높고 재밌는 놀거리가 많아서 조금만 방심하면 월급을 탕진하기 참 쉽죠. 제가 사는 뉴욕도 그래서 그런지 저축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젊을 때는 많은 경험을 해야 해. 젊을 때 즐기고 나중에 더 벌면 되지!"라고 말합니다. 아직 젊고 앞길일 밝으니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젊을 때 저축하는 것이 왜 유리한지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젊을 때 하는 지출이 가장 타협하기 쉬운 지출입니다.
살면서 해야 하는 지출 중에 젊을 때 하는 지출이 가장 중요도가 낮은 지출입니다. 여기서 '젊다'라는 것은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어른이긴 하지만 타인의 생계에 대한 책임은 아직 없는 시기가 '젊다'에 해당됩니다.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기까지 정도로 20대에서 30대 후반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40대 초반까지 정도 일 것 같습니다. 타인에 대한 책임이 없을 때 하는 지출 중 큰 부분이 외식값과 옷값, 유흥비, 여행비 등이죠. 사실 반드시 해야 하는 지출이 아닙니다.
꼭 해야 하는 지출은 타인에 대한 책임이 생길 때 생깁니다. 자녀가 있다면 육아 지출이 생길 것이고 부모님이 은퇴하셔서 의료문제 등으로 자식의 금전적인 도움이 필요하시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지출들은 타협할 수 없는 지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을 때의 지출을 줄이는 게 더 쉽습니다. 인생을 하나의 연장선으로 본다면 나중을 위해 타협의 여유가 있는 젊을 때 지출을 줄여놓는 게 유리합니다.
젊을 때 하는 지출 중 가장 중요한 지출은 뭐니 뭐니 해도 배우자를 만나기 위한 비용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벌이보다 지출을 더 무리해야 만날 수 있는 상대라면 배우자로 선택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지출을 줄이는 게 벌이를 늘리는 것보다 쉽습니다
달에 300만 원을 벌고 200만 원을 지출해서 100만 원을 저축하는 사람에게 승진해서 연봉이 10% 올라서 330만 원을 버는 것과 지출을 15% 줄여서 170만 원을 쓰는 것이 저축액 인상 면에서는 동등합니다.
그러나 동등해 보여도 지출을 줄이는 것이 더 나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지출을 줄이는 것은 본인이 원할 때 아무 때나 당장 할 수 있는 것이고, 연봉 인상은 회사에서 시켜줘야 합니다. 자의를 컨트롤하는 게 타의를 컨트롤하는 것보다 쉽겠죠. 승진이나 연봉 인상은 상사와 회사 같은 남의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힘듭니다. 2. 보통 연봉이 올라가면 지출도 올라갑니다. 연봉이 올라도 지출은 같으면 좋겠지만 보통 연봉이 올라가면 그에 맞는 삶의 수준을 살고 싶은 본능 때문에 지출도 조금씩 올라가게 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일찌감치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습관을 바꾸면 검소한 습관들이 몸에 배어서 연봉에 상관없이 지출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가 쉽습니다. 3. 시간이 갈수록 연봉 상승 폭이 좁아지고 자리를 지키기가 힘들어집니다. 높은 자리는 한정적이어서 경쟁이 치열하죠. 젊을 때보다 이직하기도 힘들어지고 승진하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회사 상황이 안 좋으면 연봉이 높은 사람들부터 먼저 해고합니다. 해고를 당한다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가 젊을 때 보다 훨씬 힘듭니다. 그래서 연봉을 높이는 것이 직장생활의 후반부에는 더 힘들어집니다.
제일 중요한, 복리.
복리는 원금에 이자가 붙어 자산이 많아지는 효과입니다. 복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심도 있는 공부를 하시기를 적극적으로 추천드립니다. 지금부터 재테크로 일 년에 5% 수익을 내면 30년 후 자산이 4.32배로 불어납니다. 저는 복리를 알고 난 다음부터는 섣불리 지출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3000원을 저축하는 대신 마시는 커피가 나중에 30년 후에 12,960원의 자산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단 걸 배웠기 때문입니다. 이제 3000원이 3000원으로 보이지 않고 30년 후의 13000원으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30년 후에 만원을 저축한다고 해도 지금 저축하는 삼천 원보다 가치가 적은 것입니다. 3000원이 아니라 삼억 이라면 어떨까요? 30년 후에는 13억입니다. 그래서 젊을 때 하는 저축은 지금은 소액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는 복리로 크게 불어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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