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떠 있는 날

구름이 넘실넘실 넘어오다

by sekikumo

우리 집 고양이 이름은 '구름'이다. 이제 막 2개월이 겨우 넘은 아깽이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 고양이에게는 해줘야 하는 것이 많다.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예방접종도 해줘야 하고, 목욕, 칫솔질, 발톱 깎기도 해줘야 한다. 적응기간이기도 하고 아직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라, 차근차근해주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목욕을 시키지 못한 구름이한테서는 꾸릉내가 난다...

얼른 접종이 끝나고 목욕을 시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첫날부터 곁에 와 안기고 드러누워서 잔다. 겁도 없는 녀석.

그 수더분한 성격에 초보 집사인 우리는 너무 감사하다.



예민하고, 사람을 싫어하는 녀석이었다면 아마 멘붕이었겠지.

아직까지는 자는 모습이 가장 예쁜, 제발 울지 말아줬으면 하는 초보 집사이다. (그래서인지 찍은 모습도 죄다 자는 모습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나름 최선을 다해서 보호해주고 있다.

이제는 우리 집의 어엿한 일원으로서 함께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사냥놀이를 하고 일하고, 사냥놀이 하고 일하고, 밥 먹고, 다시 사냥놀이하고 일하고...

우리가 구름이에게 적응하고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아깽이라 지치지 않고 계속 놀 수 있을 것 같다. 놀아줘도 놀아줘도 끝이 없다. 적당히 끊고 멈추면 완전히 뻗어 버린다. 정말 죽은 듯이 자서 몇 번 유심히 배 쪽을 바라본 적도 많다. 다행히 천천히 배가 꿈틀거리며 숨을 쉬고 있었다.


놀이가 끝나고 잠깐 우리에게 비비적거리다가 다시 옆에 철퍼덕 누워서 잠들어버린다. 이것이 아깽이의 삶인 것일까.


그 삶을 살펴보고 있자면 괜히 힘이 난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힘. 이 아이에게는 명품 사료를 먹이고 장난감을 잔뜩 사주고, 좋은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사줘야겠다는 그런 결의 같은 것이 선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책임감, 무게감 같은 것일까.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느낌이다.


20251124_212358.jpg 집에 돌아왔더니, 인형 사이에서 잠들어 있는 구름이.. 추울까 봐 손수건을 덮어 주었다


이제 곧 첫눈이 내린다고 일기예보가 알려주었다.

구름이에게도 당연히 첫눈일 것이다. 올해 내리는 첫눈이니까. 구름이는 이제 겨우 태어난 지 2개월뿐이니까.


그런 작고 연약한 생명체가 우리를 보고 울고, 보채고, 놀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를 신뢰하고 몸을 맡긴다.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하늘을 보면, 구름이 생각이 날 것 같다.

구름이 떠 있는 날이 결코 울적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