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하고 서툰 동료 고양이
여전히 논쟁이 있는 내용이지만 어떤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가 우리를 "거대하고 서툰 동료 고양이(giant, clumsy fellow cats)"라고 인식한다고 한다. 고양이가 우리에게 하는 행동들이 다른 고양이에게 하는 행동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우리를 별개의 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머리를 부딪히며(헤드번팅) 애정을 표하거나 '야옹'하면서 엄마를 부를 때 내는 소리를 하거나 꾹꾹이를 하는 것이 그러한 행동 증거이다. 별개의 종에게 굳이 이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핵심 근거다.
우리 고양이가 이렇게 나를 동료 고양이로 생각해준다니! 너무 고마워서 당장이라도 백 번이라도 쓰다듬고 싶다. 그렇게 냥냥펀치 세례를 받고 다시 차분한 마음을 되찾고자 열심히 글을 쓴다..
그런데 차분해지고 보니, 하나 신경 쓰이는 표현이 있다. 조금 우스운 것이, 이 녀석 왜 우리를 "서툰"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우리는 대략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작업실에 앉아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런 우리가 구름이의 입장에서는 이상한 일을 하고 있는 대왕고양이일 것이다.
간식이 나오지도 않는 장난감에 계속해서 버튼을 두드리고 있질 않나, 가만히 한 곳만을 응시하며 소리나는 쪽은 두리번 거리지도 않는다. 포식자가 오면 어쩌려고!
구름이는 이 '위험한 장소'에서 우리를 위해 순찰도 해주고 경계도 해준다. 우리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 물건들의 냄새도 몸소 다시 맡아준다. 그렇게 우리에게 가깝고 소리가 나는 물건들을 한 번 쓰윽 훑어주는 느낌으로.
그렇게 한바탕 정찰, 순찰을 끝낸 구름이는 우리 사이에 자리 잡고 누워 잠을 청한다.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한 표정인지 신기할 정도다.
물론, 그저 우리 서툰 동료 고양이의 헛된 망상에 불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구름이에게서 나는 존경심을 배운다.
나는 그동안 나와 다른 것을 추구하는 존재들에게 얼마나 관용적이지 못했던가.
큰 문제가 없다면 가만히 드러누워서 낮잠이나 자 버리는 구름이의 이 대범함을 나는 가지지 못했다.
언제나 전전긍긍하며, 나에게 혹여 피해를 주진 않을까 걱정이나 실컷 했었다.
심지어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가족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였더랬다.
사람이 갑자기 성숙해지긴 힘들겠지만, 나는 노력이라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저 스윽 지켜봐주고, 몇 번 불러도 안 되면 가만히 누워서 그저 곁을 지켜주는 구름이처럼.
나는 오늘 구름이에게 존경심을 배운다.
그래도 똥 묻히고 우다다다는 참아 줬으면 해. 구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