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과 고양이
구름이와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보통은 글을 쓰거나 읽는다.
우리의 작업실에서 보통 구름이는 잠을 자고, 나와 아내는 노트북과 패드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구름이는 보통 잘 기다려주는 편이지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구경하러 오기도 한다.
안락의자를 타고, 보조 책상을 지나 내 책상과 아내 책상으로 올라오는 루트다. 조용하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갑자기 옆을 봤을 때 구름이가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꽤 있다.
예전에는 글을 쓴다고 했을 때 특별한 감정 기복이 없었다. 그저 글이 꽤 잘 써진 날에는 은근히 기분이 좋고, 잘 쓰지 못한 날에는 울적해하곤 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양상이 달라졌다.
지금은 작업실에 앉아서 은근히 구름이를 기다리게 된다. 분명 들어가 앉아 있기 싫었던 작업실인데, 괜히 들어와서 언제 와주나 기다리게 된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들이 싫었다. 그 하염없는 기다림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구름이를 기다리는 이 시간들이 무척이나 소중하고 기대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결국 나는 깨달아버리고 말았다.
기다림이라는 것은 인생을 흥미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최근에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다. 어린 왕자는 자신이 살던 행성을 떠나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여행을 하던 중, 한 가로등지기를 만나게 된다. 가로등지기는 자신의 행성에서 자리를 지키며 때가 될 때마다 가로등을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한다. 하도 이상한 어른들을 잔뜩 만나고 온 터라, 어린왕자는 제일 직업다운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한다.
또 읽었음에도 도대체 이 인물은 무슨 의미가 있길래 등장하는 걸까 알 수 없었다.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주구장창 하는 이 사람이 왜 그나마 제일 나은 직업을 가졌다고 하는 걸까. 창의적이지도 않고 주도적이지도 않은 이 직업이 어째서 가장 직업다운 직업이라고 하는 걸까. 하지만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자신의 자리를 묵묵하게 지키며 그는 자신의 임무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임무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가로등을 켤 때 보게 되는 그 찬란한 광경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가 해내는 멋진 일에 대해서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가로등을 켜면 꽃이나 별은 꿈나라로 가는 거야. 이건 아주 아름다운 일이야. 아름다우니까 정말로 이로운 일이지
조용히 나의 일터에 앉아, 우리가 만들어 낼 아름다운 광경을 기다리는 일은 꽤 가치가 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